시간이 멈추다 시간이 멈추다 - 밝은 꽃 성란 - 불이 다 꺼졌다. 단지 그리움 한 조각 내려놓았을 뿐인데, 온통 무채색이다. 유월의 반짝임도 요란한 꽃들의 치장도 흑백 영화처럼 밋밋하고 지루하다. 하늘이 준 선물이라 믿었던 욕심 없는 마음이 가져본 적 없는 가난한 이의 슬픔이란 걸 버려진 그리움.. 창작밭/시 2010.05.24
달의 시간 속에서 달(月)의 시간 속에서 손성란 살아 움직이는 것들과 온 힘을 다하여 대결하던 아침 해처럼 도대체 서녘하늘로 돌아갈 것 같지 않던 푸드덕푸드덕 날개짓에 비늘이 떨어져도 아픈 줄도 고된 줄도 모르던 해(日)의 시간들이 어느 새 그렇게 가버렸다. 이미 건너버린 세월의 강 위로 떠오른 .. 창작밭/시 2010.05.24
민 들 레 민 들 레 손 성 란 열매도 없이 향기와 가시만 있다고 슬피 울다 시들은 장미야. 기대지 않고는 혼자 설 수 없다고 투덜대다가 보랏빛 멍이 든 포도나무야. 꽃도 열매도 향기도 없이 키만 커서 풀들만 괴롭힌다고 전전긍긍하는 전나무야. 돌 틈에 초록 꽃 대궁 박고 노랗게 꽃불 밝힌 나를 아니? 딱딱하.. 창작밭/동 시 2010.05.18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건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건 -밝은꽃 성란- 꽃이 피었다 꽃이 지는 건 더 큰 소망을 위해 오직 하나 뿐인 생명의 자리를 내주려는 사랑의 낙화(落花)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고 약속도 없이 바람이 불어오면 알 수 없는 곳으로 밀려간 바람이 천 년의 빙하를 녹이는 거대한 자연의 바퀴 속에서 하루.. 창작밭/시 2010.05.15
커피 커 피 다원 손성란 아침인가보다 엄마보다 먼저 들어오는 커피냄새 쌉스레한 이 냄새 사라지면 엄마 목소리 들려 올 테지 일어나야지?, 아침이야!"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 엄마가 그윽한 커피 향처럼 나직이 깨워주시는 날은 엄마가 덜 피곤한 날. 지각인가보다 커피향보다 먼저 들어오.. 창작밭/동 시 2010.05.09
모두 예쁘구나 모두 예쁘구나 밝은꽃 성란 저보다 큰 가방 메고 씩씩하게 뛰어오는 발그레한 볼 너무 예쁘구나. 폴짝폴짝 개구리보다 나풀나풀 나비보다 더 잘 뛰고 더 잘 나는 네 이마에 맺힌 땀방울 너무 예쁘구나. 조금만 얌전하라고 두 눈을 부릅뜨고 겁을 주어도 돌아서면 방그르르 웃는 입 너무 예쁘구나. 훌쩍.. 창작밭/동 시 2010.05.03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밝은꽃 성란 다 없어졌네! 과자 사러 가는 길도 친구 집에 가는 길도 다 하얀 색이네! 쥐똥 나뭇잎도 아파트 경비실 지붕도 와, 다 보이네! 아빠 회사 간 길도 형님 학원 간 길도 와, 다 키가 커졌네! 강아지도 폴짝폴짝 내동생도 깡총깡총 창작밭/동 시 2010.05.03
선생님 선 생 님 밝은꽃 성란 무슨 숙녀 가방이 그래요? 아기도 다 컸는데 기저귀가방을 들고 다니세요? 글쎄, 너희들 일기장이 기저귀지. 쉬하면 갈아대는 기저귀나 생활모습 예쁘게 바꿔보자고 색 볼펜 번갈아서 답장 쓰는 일기장이나 똑같지, 뭘. 무슨 옷차림이 그래요? 물건 만드는 사람도 아닌데 바지만 .. 창작밭/동 시 2010.05.03
무전기 놀이 무전기 놀이 밝은꽃 성란 아빠는 장롱과 벽 사이에 나는 식탁 밑에 동생은 냉장고 옆에 “아빠다, 오버!”, “잘 들린다. 오버!” “이제 나와라. 오버!”, “안 들리나? 오버!” 구석에 박혀서 말소리만 오락가락 혼자 남은 엄마가 손나팔을 만들어 “비상이다, 오버!” “식탁에 과자 있다. 오버!” 쿠.. 창작밭/동 시 2010.05.03
뽀뽀 뽀뽀 밝은꽃 성란 아빠는 이상하다. 동생에게 가서는 미운 막둥이 오늘도 잘 놀았나 하시며 발가락에 뽀뽀를 하신다. 다른 데도 많은 데 제일 더러운 발가락에 쪽쪽 소리나게. 아빠는 이상하다. 엄마에게 가서는 이쁜 우리 큰애기 오늘도 고생 많았지 하시며 양쪽 손등에 뽀뽀를 하신다. 다른 데도 많.. 창작밭/동 시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