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잖아 봄이 오고 있잖아 손성란 꼭 아지랑이 오르는 걸 봐야 봄인 걸 아니? 끙끙 나무줄기 뚫고 나오는 봉오리들 땀방울 소리 창문 아래까지 달려온 달콤한 흙냄새 아직 안 보이니? 졸고 있는 고양이 등 뒤로 살금살금 걸어오는 봄. 창작밭/동 시 2013.06.23
종이 카네이션 ↓여기부터 드래그 하세요 종이 카네이션 빨간 색종이 세 장 초록 색종이 한 장 엄지손톱으로 꼭꼭 눌러가며 만든 종이 카네이션 깔끔이 짝꿍 보다 똑순이 누나 보다 엄마 맘에, 아빠 맘에 쏙 들게 접어서 엄마 아빠 가슴에 온종일 꼭꼭 붙어있게 해야지. 고마운 마음 빨갛게 접어서 사랑.. 창작밭/동 시 2013.06.12
벚꽃의 마음 벚꽃의 마음 손성란 딱 열 밤만 날 바라봐 줘. 기쁨의 꽃 폭탄 팡팡 터트려 줄게 바람아 불지마라 비야 오지마라. 그러다 바람 부는 어느 날 아침 꽃비로 내리거든 우산 없이 네 예쁜 등에 꽃수를 놓아보렴. 창작밭/동 시 2013.06.12
예쁜 내 강아지 예쁜 내 강아지 거뭇거뭇 검버섯, 쪼글쪼글 주름고랑 예쁜 데 하나 없는 할머니 품에 온몸으로 안겨 비비고 입 맞추면 할머니는 엄마 아빠 젖혀놓고 아장아장 걸어와 폭폭 안기는 우리를 보고 강아지라고 부르신다. “예쁜 내 강아지, 눈에 넣기도 아까운 내 강아지.” 창작밭/동 시 2013.06.12
나비공원 나비공원 손성란 나비 찾아 달려간 나비공원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구나 꽃잎에 누워 졸고 있다가 아이들 소리에 신이 난 나비들 예쁜 날개 팔랑이며 아이들 머리 위에 글씨를 쓴다 ‘어서 와, 반가워!’ 나비가 쓴 글씨는 웃음가루 되어 아이들 입속으로 쏘옥쏘옥 깔깔깔깔 아이.. 창작밭/동 시 2013.06.10
봄빛 봄빛 손성란 너무 연해서 햇볕도 조심조심 맑고 순한 연두빛. 너무 수줍어서 새들도 소곤소곤 나직하고 조용한 하늘빛. 너무 예뻐서 자꾸만 안고 싶은 뽀얀 아기 볼 우유빛. 창작밭/동 시 2013.06.06
거울 속의 나에게 거울속의 나에게 - 손성란 거울 속의 나야, 미안해 가끔 나쁜 생각했어. 아무도 내 마음 몰라줘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지 잊었었어. 어제 텔레비전에서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고 울고 있는 어떤 엄마를 보았어. 오늘은 학교에서 교실에서 공부하다가 총기사고로 숨진 미국 고등학생의 끔찍.. 창작밭/동 시 2013.06.06
봄빛 봄빛 손성란 너무 연해서 햇볕도 조심조심 맑고 순한 연두빛. 너무 수줍어서 새들도 소곤소곤 나직하고 조용한 하늘빛. 너무 예뻐서 자꾸만 안고 싶은 뽀얀 아기 볼 우유빛. 창작밭/동 시 2013.06.06
난 알아, 봄이 오고 있는 걸 난 알아, 봄이 오고 있는 걸 손성란 커다란 건물 아래 그늘에도 그만 산수유 노란 웃음이 터져버렸거든 아파트 화단 귀퉁이 하얀 눈 무더기 놀아 달라 손짓해도 난 안 가 낑낑 나무줄기 뚫고 나오는 아기 봉우리들 땀방울 소리 내 귀엔 벌써 들리는 걸 꼭 아지랑이 오르는 걸 봐야 봄인 걸 .. 창작밭/동 시 2013.04.12
눈 침대 눈 침대 손성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다가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밭에 눕는다. 사각사각 얼굴로 살금살금 배위로 춤을 추며 내리는하얀 별들. 폭신폭신 하다가 시원한 것 같다가 등허리 슬슬 축축해 오면 누웠던 자리 망가질까 조심조심 일어난다. 푹 패인 엉덩이, 네모난 몸통방.. 창작밭/동 시 201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