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난 알아, 봄이 오고 있는 걸

길길어멈 2013. 4. 12. 13:18

난 알아, 봄이 오고 있는 걸

 

손성란

 

커다란 건물 아래 그늘에도

그만 산수유 노란 웃음이 터져버렸거든

아파트 화단 귀퉁이 하얀 눈 무더기

놀아 달라 손짓해도 난 안 가

 

낑낑 나무줄기 뚫고 나오는

아기 봉우리들 땀방울 소리

내 귀엔 벌써 들리는 걸

 

꼭 아지랑이 오르는 걸 봐야

봄인 걸 아나?

 

달콤한 흙냄새 코를 당겨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내 창턱 바로 밑 까지

다 왔다는 신호야

 

진짜 안 보여?

 

고양이도 하품하다 졸게 만들고

아무도 모르게 들어오려고

문 뒤에 가만히 숨어있는 거

 

추운 들판 떨며 지킨 하얀 겨울을

단숨에 밀어내는 게 미안해서 그러는 걸

모르는 척 못 본 척 가만히 기다려주자.

 

아마도 사흘을 못 넘기고 제풀에 튀어 나올 걸?

약 올라서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해서는

기다림에 지친 노란 아지랑이 뽀얗게 내뿜으며

'창작밭 > 동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울 속의 나에게  (0) 2013.06.06
봄빛  (0) 2013.06.06
눈 침대  (0) 2013.02.12
눈사람  (0) 2012.12.28
눈사람  (0)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