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 319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 손성란 이러지 말아요밟고 꺾고 캐고 나 혼자만 간직하려고먼 곳에서 달려와캐어가 버리고 희소성을 지키려사진 한 번 찍고는밟아 버리는사람들의 욕심 몇 년 전까지 동강 바위에팔백 개도 넘게 살던 할미꽃올해는 백 개도 남지 않았어요 고개 숙여 사람들 기다리던동강할미꽃이제는 화가 나힘없는 고개를 간신히 들고눈물만 뚝뚝 동강할미꽃 눈물로동강 바위에 우물이 생겼어요 2021.4.5. 식목일 뉴스를 듣고

창작밭/동 시 2021.04.05

사월은

사월은 손성란 벚꽃범벅 사월은 사진 찍는 달 일 년 내내 사월처럼 꽃이 피어도 저렇게 열심히 사진 찍을까? 눈으로만 봐서는 마음에 차지 않는지 금방 사라질까 걱정되는지 꽃만 찍다가 꽃 속에 꽃인 양 함께 찍다가 저 혼자 겨울 벗고 한 겹 꽃잎으로 우리에게 온 봄꽃들 옆에서 아직도 추운 마음 녹이는 걸까? 솜털 하나 없는 맨몸으로 알록달록 꿈꾸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씨들 본 척 만 척 지나친 게 미안해서 그럴까?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처럼 이리저리 다정하게 찍고 찍고 또 찍고 벚꽃범벅 사월은 봄바람의 고마움 꽃들의 대견함 언제라도 꺼내 볼 사진 찍는 달

창작밭/동 시 2021.04.04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손성란 엄마 없는 밤 보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 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19 마스크 안하고 손 소독 안하는 친구랑은 말하지도 놀지도 말라는 엄마의 명령 마스크로 입을 막고 투명 칸막이 안에 갇혀 행여 움직이다 어깨라도 부딪힐까 벌벌 떠는 우리 교실의 친구들 다시는 친구와 어깨동무 할 수 없을까봐 코로나19가 무서운 건데 코로나19와 싸우려면 친구들과 힘을 모아야 하는데 어깨동무 하자고 다가오는 친구가 무서우니 엄마, 어쩌면 좋을까요? 저는 코로나19보다 친구 없는 하루하루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요.

창작밭/동 시 2021.04.04

차마 혼자서도

차마 혼자서도 손성란 기막힌 일은 조금 늦었다는 것 때문에 모든 정의가 사라지고 뿌리에 뿌리까지 의심받는다는 것.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기적의 순간을 소원하기엔 내 삶이 그렇게 따사롭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렇다고, 따사롭지 않았다고 차가운 방에 들어앉아 커튼까지 내려둘 일은 아니었다고 중얼거려본다. 차마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도 입 안 가득 물고만 있어야 하는 한 마디 절규가, 목이 뻐근하도록 애를 써도 삼켜지지 않는 그리움 한 덩이가 이제 와 왜 내 몫이 되었는지 신을 모독했던 모자란 과거를 불쑥 꺼내어 참회의 기도를 하게 하는 지 가슴 치며 통곡을 해도 악착스레 붙어있다. 차마 아무도 없는 꿈속에서 조차 뱉어내지 못했던 낯선 뜨거움이 서러움이 되어 목젖을 태워도 냉수 한 모금 마..

창작밭/시 2018.06.10

시를 사랑하는 아이들

시를 사랑하는 아이들                                 손성란 시가 뭔지는 잘 몰라도 말로 하는 노래 글로 쓰는 그림인 걸 조금은 눈치챘구나 그렇지? 어떻게 쓸까 어떻게 표현할까 끙끙 고민하며 시 쓰는 너희들의 얼굴이 또 한 편의 예쁜 시란걸 선생님도 눈치챘단다 함께 바라보고 함께 나누었던 그 모든 것들을 오래 오래 기억해줄래? 그 기억이 또 한 편의 시가 될 때 까지. ..

창작밭/동 시 2017.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