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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웅시인의 풍란 향기

인천문협의 이충웅원로시인(87세)의 제6시집이 배달되었다 책 표지 안쪽에 있는 사진을 뵈오니 총회 때나 송년회 때 쯤 뵈었을까? 낯이 선듯 낯이 익은 듯하다. 인천문인협회 회원의 대다수가 시인으로 시분과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해 나는 열명이 안되는 아동문학분과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인문협회원으로 활동한지가 십 오육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가벼움으로 회원들의 신간서적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바람결에 어떤어떤 작가가 어떤어떤 책을 출간했는데 어떠어떠하더란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거기에 덧붙여 너도 받았느냐 나는 언제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 종종 민망하기 그지없다. 나는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여 나에게까지 시집을 보내오는 시인에 대한 마음은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번은..

누가 더 행복한가?

처음부터 웃는 사람하고 마지막에 웃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크게 기쁨을 느낄까요? 정답부터 말하면 처음부터 웃는 사람이 더 오래 기쁨을 누립니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 동안 기쁨을 누릴 뿐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아마도 기쁨을 지속적으로 접하는 걸 텐데, 항상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맨날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럼에도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자기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더라고요. 인생이 꿀잼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고난이나 역경도 과장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자기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요소까지 그냥 받아들입니다. 인생의 조각(부분)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큰 그림(전체)을 그리고 거기에서 넉넉함..

창작밭/산 문 2023.10.23

홍시

홍시 손성란 뜨거운 햇볕 한 줌 개구쟁이 콧김으로 꽁꽁 묶어 꽁꽁 동여 담장 위에 숨겨 놓고 그만 잊어버린 거야 배부른 참새가 모른 척 하고 허수아비는 잠 안자고 밤새 지키고 꼬부랑 할머니 허리 필 때 주름진 얼굴에 물들던 젖먹던 힘이 아무도 몰래 담장 위에 빨갛게 빨갛게 고였던 거야 여름의 뜨거움 개구쟁이 콧김 잠 못 잔 허수아비의 빨간 눈 할머니의 지팡이에 대롱대롱 가을바람 조물조물 뭉쳐진 거야 동글동글 매달린 거야 작은 해처럼

창작밭/동 시 202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