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손성란
뜨거운 햇볕 한 줌
개구쟁이 콧김으로
꽁꽁 묶어 꽁꽁 동여
담장 위에 숨겨 놓고
그만 잊어버린 거야
배부른 참새가 모른 척 하고
허수아비는 잠 안자고 밤새 지키고
꼬부랑 할머니 허리 필 때
주름진 얼굴에 물들던 젖먹던 힘이
아무도 몰래 담장 위에
빨갛게 빨갛게 고였던 거야
여름의 뜨거움 개구쟁이 콧김
잠 못 잔 허수아비의 빨간 눈
할머니의 지팡이에 대롱대롱 가을바람
조물조물 뭉쳐진 거야
동글동글 매달린 거야
작은 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