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민들레

길길어멈 2010. 6. 12. 15:39

 

          민 들 레 다원 손 성 란    열매도 없이 향기와 가시만 있다고    슬피 울다 시들은 장미야.    기대지 않고는 혼자 설 수 없다고    투덜대다가 보랏빛 멍이 든 포도나무야.    꽃도 열매도 향기도 없이 키만 커서    풀들만 괴롭힌다고 전전긍긍하는 전나무야.    돌 틈에 초록 꽃 대궁 박고    노랗게 꽃불 밝힌 나를 아니?    딱딱하고 좁은 돌 틈이지만    여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영토야.    지금은 좁고 작고 낮은 몸이지만    향기도 열매도 푸르름도 없지만    백열등처럼 동그란 꽃씨를 날리며    납작 엎드려 지구의 숨소리 듣는    난 그저 민들레야    장미도 포도나무도 전나무도 아니야    돌 틈 따라 세상 끝 어디든 날아가    노란 꽃불 밝히는 난 그냥    민-들-레-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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