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민 들 레

길길어멈 2010. 5. 18. 23:31

        민 들 레 손 성 란 열매도 없이 향기와 가시만 있다고 슬피 울다 시들은 장미야. 기대지 않고는 혼자 설 수 없다고 투덜대다가 보랏빛 멍이 든 포도나무야. 꽃도 열매도 향기도 없이 키만 커서 풀들만 괴롭힌다고 전전긍긍하는 전나무야. 돌 틈에 초록 꽃 대궁 박고 노랗게 꽃불 밝힌 나를 아니? 딱딱하고 좁은 돌 틈이지만 여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영토야. 지금은 좁고 작고 낮은 몸이지만 향기도 열매도 푸르름도 없지만 백열등처럼 동그란 꽃씨를 날리며 납작 엎드려 지구의 숨소리 듣는 난 그저 민들레야 장미도 포도나무도 전나무도 아니야 돌 틈 따라 세상 끝 어디든 노란 꽃불 밝히는 난 그냥 민-들-레-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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