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건
-밝은꽃 성란-
꽃이 피었다 꽃이 지는 건
더 큰 소망을 위해
오직 하나 뿐인 생명의 자리를
내주려는 사랑의 낙화(落花)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고
약속도 없이 바람이 불어오면
알 수 없는 곳으로 밀려간 바람이
천 년의 빙하를 녹이는
거대한 자연의 바퀴 속에서
하루를 더 버티면
사흘을 헤쳐 온 작은 생명의 불꽃
착상의 꿈을 잃고
덧없이 스러지는 것을
꽃불 켜 대낮같이 밤을 밝히던
도도한 춘화(春花)마저도
아쉬운 날 접으며 돌아가는 것은
영원동안 거듭되어 전해 온
내일의 약속
어제 꽃 진 그 자리에
오늘의 생명이 날개를 내리고
조용한 몸살로 미래의 양식을
동그랗게 말아
탐스럽게 살찌우는
아름다운 의식
오늘도 꽃이 핀다.
오늘도 꽃이 진다.
20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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