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시

차마 혼자서도

길길어멈 2009. 11. 3. 14:31

                  차마 혼자서도              
                                   밝은 꽃
    기막힌 일은
    조금 늦었다는 것 때문에
    모든 정의가 사라지고
    뿌리에 뿌리까지
    의심받는다는 것.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기적의 순간을  소원하기엔
내 삶이 그렇게 따사롭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렇다고,
    따사롭지 않았다고
    차가운 방에 들어앉아
    커튼까지 내려둘 일은
    아니었다고 중얼거려본다.
차마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도
입 안 가득 물고만 있어야 하는
한 마디 절규가,
목이 뻐근하도록 애를 써도
삼켜지지 않는 
그리움 한 덩이가
    이제 와
    왜 내 몫이 되었는지
    신을 모독했던 모자란 과거를  
    불쑥 꺼내어 참회의 기도를 하게 하는 지
    가슴 치며 통곡을 해도
    악착스레 붙어있다.
차마 아무도 없는 꿈속에서 조차  
뱉어내지 못했던 낯선 뜨거움이
서러움이 되어 목젖을 태워도 
냉수 한 모금 마실 수 없다.
    때로 조금 늦었다는 것은 죄다.
    그리고 조금 더 늦었다는 것은
    죽지도 못할 거대한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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