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 당신만의 뜰로 보내드립니다.
손성란
그 날,
꽃잎 같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뚫어질 듯 당신만을 바라보던
어린 생명들 앞에서
떨리는 가슴으로
처음 교단에 서던 날.
사나이 가고 싶은
광활한 꿈을
꼬깃꼬깃 잘게 접어
손수건 찬 일곱 살 가슴에
눈물로 묻던 날.
크고 넓은 길로 가는 자보다,
쉽고 편한 길로 가는 자보다,
철부지 어린 생명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얹고, 삶의 전부를 걸고
작고 좁은 길로 조심조심 가는 내가,
비틀비틀 천천히 어렵게 가는 내가
언젠 간 모두의 등대가 되어
앞서가다 지친 이, 뒤에 남아 서러운 이,
욕망에 표류하는 늙은 욕심까지
거두고 추스르며 가던 길, 잘 가라고
불 밝혀주리라 다짐했다던 당신.
오늘,
마흔 세 해 동안
오직 교육이라는 꽃밭에만
한번도 멈추지 않았던 분수가 되어
혼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여
사랑의 빛을 뿌리다가
조용히 그 물줄기를 거두려 합니다.
누구는 당신더러
여름나무 같다고 하고
누구는 당신더러
밤에도 이글거리는
태양 같다고도 하고
누구는 당신더러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같다고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낮에도 어두울 만큼
커다란 그늘을 주었던 아름드리 나무였고
이루겠다 결심한 것을 위해서는
마지막 한 점까지도 활활 태워버리는
뜨거운 태양이었고
퍼 주어도 퍼 주어도
결코 마름이 없는
깊은 사랑의 바다였습니다.
마지막 한 송이 작은 풀꽃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던 당신을
돌아가기만 하면 언제나
그 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고향집 아버지라
철썩 같이 믿었나 봅니다.
이제,
당신이 늘 계시던 그 곳의 문을
활짝 열어도 당신은 없겠지요.
연화 선생님들의 미소를 먹고
연화 어린이들의 존경을 마시며
사신다던 그 환한 웃음을
이젠,
가슴에서 가슴으로만
만나야 하겠지요.
아직 당신이 드리우던 그늘의 안전함과
태양 같은 정열과 끝 모를 사랑의 비밀을
눈치채지도 흉내내지도 못했는데.....,
아직도 당신이 뿜어대는
교육에의 정성과 헌신이
애타게 필요한 후배들을 남겨둔 채
당신은 오늘
이렇게
당신만의 뜰로,
당신에게도 꼭 필요했던
평화와 안식의 뜰로
들어가시고자
우리 곁을 떠나갑니다.
고단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던 사십 삼 년의
따스한 추억을 소중히 품고
조용히 내려앉는
당신을 봅니다.
방-제-희-, 교장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늘
행복- 하십시오.
이천삼년 팔월 스므여드레 손 성 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