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시

왜 그런 걸까?

길길어멈 2010. 4. 17. 09:51

      왜 그런 걸까?
      밝은꽃 손을 내밀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그만큼의 거리에서 깊게 숨을 마시면 너의 체취가 묻어오는 그만큼의 거리에서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어제 읽은 책이야기 함께 더듬어보고 창 밖으로 오가는 무심한 사람들 창 턱에 고이는 몇 가닥 햇빛 속에 턱을 고이고 마주앉아 빙긋이 입꼬리 올리며 바라만 보아도 넘치도록 품어지던 아름다운 우주 어디로 갔을까? 사랑만이 허락한 최소한의 거리로 어디까지 나이고, 어디까지 너인지 알 수없는 시간을 살건만 온통 창문을 휘감아 녹일 듯한 햇볕도 정겨운 사람들 비벼오는 더운 가슴도 물기 잃은 지 오랜 겨울풀처럼 생명의 기운 겨자씨 만큼도 북돋우지 못하니 무슨 일일까? 조용한 봄비는 연분홍 기다림 새들의 지저귐은 희망의 노래 들꽃의 흔들림은 너의 웃음소리로 온통 너와 나를 위해 그렇게 존재하던 것들이 질척이는 고단함으로 귀를 울리는 소음으로 우주를 비껴가는 비웃음으로 자꾸만 자꾸만 넓혀가는 외로움의 땅으로 망설임 한 번 없이 달려가 버리는 이유는 뭘까? 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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