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산에 올라
다원 손성란
봄 아미산 진달래는 붉은 사연 삭히어
고향 떠난 나그네들 춥고 설운 가슴에
두견주 한 잔으로 뜨겁게 퍼져서
아미산 그리는 아린 가슴속에
한 방울 눈물로 다시 고인다.
할아버지 손잡고 졸린 눈 비비며
그렇게 가고 싶던
초등학교 운동장 무심히 지나
눈 쌓인 설날 아침
업히다 걷다 미끄럼을 타다
다리가 아프다고
손이 시리다고
꼬부라진 할아버지 등판 위에서
버둥거리다 징징거리다
‘짝’하고 궁둥짝 맞던 소리
아직도 들리는데
그 때 그 날처럼
초행 길 가듯 기웃기웃 더듬거리다가
지친 눈, 지루한 맘 달래는 사이
거짓말처럼 쏘옥 바다 속을 빠져 나온
심술꾸러기 새벽해도
변함없는데
진달래 뿌리 묻힌 하얀 겨울 아미산
고향 떠난 나그네 붉은 설움이
목젖을 타고 눈물로 흐르는 두견주처럼
꼬부라진 허리마저 아미산에 묻어
떠나시는 그 순간까지 눈에 넣고 있었을
무심한 손자 홀로 오르는
진달래 꽃 피는 아미산
가장 신선한 첫 빛을 품어
아침을 내려놓는
심술꾸러기 새벽해가 사는 아미산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제는 할아버지 등에 업고도
성큼성큼 아미산 정상에 달려 올라가
새 희망 꽉 찬 새벽해 보여드리고
진달래 삭혀 빚은 두견주도 한 잔
기꺼운 마음으로 올릴 수 있는데
아미산 진달래와 친구 된 지 오랜
할아버지,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
아미산에 올라
세상에서 제일 신선한 새벽해를 만나도
아미산에 올라, 아미산에 올라
붉은 울음 삭혀주는 두견주를 마셔도
해마다 설날이면
업고 걸리고 궁둥짝을 치면서
캄캄한 아미산 꼭대기에 올라 해맞이 시키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
목 놓아 불러도 새벽해 처럼
보일 듯 보일 듯 뜸만 들인다.
연분홍 그리운 진달래꽃 술처럼
목젖을 적시며 흘러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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