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시

어느 날 갑자기

길길어멈 2010. 8. 9. 23:38

어느 날 갑자기

다원 손성란 애쓰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모든 것이 보일 때가 있다.

 

미치도록 궁금할 때는

호두 껍데기처럼 단단하더니

눈빛도 말도 행동도

습관이 되어 버린 어느 날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날

미쳐버린 후에도 알고 싶지 않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새로 맞춘 안경을 쓴 것처럼

쓸데없는 것까지

선명한 때가 있다.

 

너와 나 사이의 거짓은

시간의 옷을 입으면

점점 투명해진다.

사랑이 시간의 옷을 입으면

진실의 고무줄은 힘없이 늘어져

치즈처럼 굳어진 사랑의 흔적마저

잃어버린 부끄러움을 따라

낡은 바지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애쓰지 않아도

배고픔만을 위하여 먹었던 것들은

어느날 갑자기 예정된 그 시간에

또 다른 생명의 배고픔을 위하여

고스란히 쏟아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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