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기도 전에
맑고 깨끗한 바람이
입안으로 싸악 스미는 듯한
산 이름 ‘청량산’
국제도시의 위상이
빌딩의 높이에 있는지
구름을 찌를 듯 자꾸만 올라오는
회색상자들 사이에서
아기자기한 샛길과
올망졸망한 봉우리만 갖고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
우리들의 숨통 ‘청량산’
24시간 편의점처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푸른 공기로 가슴을 채우고
새 날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몸통이며 얼굴이며 가리지 않고
샅샅이 내어주고 보여주는
바보같이 맘 좋은 ‘청량산’
사람들 발길에 옷이 벗겨져
허연 속살이 다 드러나도
청솔모와 도토리로 반갑게 맞아주고
내리막길 넘어질까 손잡아 준 줄기
세상에서 묻혀 온 땀에 절여져
반질반질 윤나게 기름이 흘러도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 잎으로
하얗게 웃어주는 속 좋은 산 ‘청량산’
넉넉하고 맘 좋은 너의 품으로
몇 걸음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름보다 몇 백배 더 청량한 기운이
저 아래 마을에서 쪼그라든 가슴을
풍선처럼 팽팽하게 펴주는 산 ‘청량산’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덧나는 상처로 몸살 앓는 너를 위해
맘 놓고 신음하며 앓는 시간 줄래도
하루를 못 견뎌 달려가 안기고 마는
참을성 없는 우리들에게
맨발에 푸른 동맥 다 내어놓고
언제나 반가운 미소를 날리며
푸르고 넓은 손 반갑게 흔들며
쪼르르 청솔모로 마중 나오는
바보 같이 미련한 우리 동네 산 ‘청량산’
아픈 곳 호호 불어주는 약(藥)산 ‘청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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