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24일, 인천시내 모든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이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른다. 시교육청은 각 교과마다 90문항의 문제를 주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추려서 치루는 시험이기에 일제고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성적결과를 모든 학교가 보고하라고 했기 때문에 학교와 학원은 난리가 났고 아이들은 시험지옥에 빠졌다.
주어진 문제들에 이미 상, 중, 하(30, 40, 30)의 출제비율까지 정해져 있고, 학교마다 성적을 보고하게 되면 또다시 학교서열이 나온다. 무슨말이냐 하면 그런 결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학교장과 교사들은 아이들 성적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게 된다는 거다.
한마디로 인천시 교육청이 주도하는 이번 일제고사는 모순덩어리 그 자체이다.
먼저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보자.
첫째, 담임교사는 어이없게도 평가권을 빼앗겼다. 1학기 내내 아이들과 씨름하며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내용을 가르쳐왔건만 '가르치기는 내가 가르치고 시험지는 알 수 없는 딴 사람이 낸 걸로 본다'는 모순이 발생한거다. '혹시나 내가 안가르친게 나오면 어쩌나?' 불안이 엄습해온다.
둘째, 학교와 교사의 권한이 무력화되었다. 학교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교과서의 진도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과학실사용문제로 실험단원을 앞으로 빼기도 한다. 그런데 일제고사는 학교와 학급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7차 개정교육과정의 목표와 정면 위배되는 일이 된거다. 지금 학교들은 진도맞추기와 학습지풀이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모든 학교들은 교과서 맨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똑같이 가르치게 될거다.
셋째, 결국 일제고사의 모든 책임은 교사들에게 떠넘겨졌다. 성적나쁜 반의 교사는 마음이 위축되어 아이들과 하던 상담과 인성교육내용은 축소될 것이 뻔하다. 어쩌면 미국처럼 성적나쁜 교사에게는 월급도 덜 주고 결국 쫓아내겠다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학력향상을 시험으로만 때우려는 교육청의 태도가 더 문제라는 것을 그들만 모른다.
또한 시험지유출과 같은 시험과정상의 문제도 교사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 허술한 시험관리는 여러가지 형태의 사고발생 가능성을 높히고 있다.(그렇다고 관리감독만 강화하면 된다는 얘기는 절대아니다) 교육청은 그저 문제만 내고 모든 책임은 이 시험에 어떠한 '권한'도 갖지 못한 교사가 '책임'만 부여받는다.
얼마전 봤던 영화 터미네이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시키는대로만 하면 그것은 기계와 다를 바 없다!'
정부와 교육관료들은 교사들을 기계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작년 전국 일제고사때는 모든 책임을 교사가 지겠다는 '서약서'를 쓴 사건(?)이 있었는데 마치 '기계사용계약서'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겪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3학년인 큰아들 공부를 시험공부를 봐주다보니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첫째, 중간고사때 봤던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해서 학습량이 어마어마하다. 시험범위가 1학기 마지막 한단원을 제외한 거의 전부다. 게다가 영어시험을 보지 않던 학교에서도 이번 일제고사에 영어시험이 포함되어 있기에 아이들은 영어공부까지 한다.(초등영어에서 지필시험이 도입되면 말하기, 듣기 위주의 영어교육목표는 허당이 된다. 그래서 영어 공부 10년해도 말못하게 되는거다)
인서 공부를 들여다보니 너무 많아서 결국 중간고사 이후것도 제대로 못 봐주었다.
둘째, 학원에서는 야간반, 주말반까지 만들어서 붙잡아놓고 공부시키고 있다. 초등학생마저 시험지옥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런 현상은 학교에서 치루는 중간, 기말고사때도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번건 시교육청 일제고사이니 그 상태는 안봐도 비디오다.
셋째, 학교교육과 학원교육의 차이점이 없어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학교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모든 교육이 모아지고 있지 않은가? 학교교육이 갖는 지식교육, 인성교육, 예체능교육, 공동체성원으로 갖는 사회성교육 등 폭넓은 종합교육의 역할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공교육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이유를 들어 인천시 교육청에 말하고 싶다.
인천시 교육청은 당장 이번 학업성취도 일제고사를 중단해야 한다. 시험은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 성적집적을 중단하고 필요하다면 늘 그래왔듯이 표집하면 될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을 보라.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의 학력을 높히고 인천시교육의 질을 높히는 일이 될 것이다. 제발 귀를 열고 들어라, 아이들의 신음소리를!
'물고기처럼 날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한 초등학생의 말이 또다시 생각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전혀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무서운 현실을 만드는 그들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덧붙여 : 그래도 시험준비한다고 책상에 붙어 있는 아들 인서녀석이 불쌍해서 힘내라고 저녁에 삼겹살을 사다 먹였더니 좋아라 한다. 하지만 너무나 차가운 현실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녀석이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앞으로 겪게 될 인서 스스로의 고민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부모로서 내가 갖게 될 모순을 잘 극복해 나가는 것이 곧 들이닥칠 과제이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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