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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를 조건없이 받아들이겠다’는 한국교총의 발표 이후 다시 교원평가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 8월1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이원회 회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며 ‘즉시 수용’ 입장을 밝혔다. 발표 이후 보수언론들은 ‘교원평가, 그들만 남았다(조선일보)’ ‘교원평가 급물살, 전교조만 고립?(독립신문)’ 등의 선정적인 제목 하에 “전교조가 이념투쟁에만 전념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소속 여부를 떠나 교사들 내에서는 여전히 교원평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교원평가 논쟁은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평가 시범실시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시화되었다. 2005년 교육부는 전국 48개교를 시범학교로 지정, 운영하면서 교원평가를 시범실시하기 시작했고,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 후 몇 차례의 교원평가 법제화 시도가 있었으나 무력화돼 왔다. 급기야 올해 7월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법제화에 상관없이 2010년부터 전격 시행할 것을 발표했다. ‘교원평가=교원구조조정’
2005년, 전교조는 정부, 교원, 학부모로 이루어진 3자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교원평가를 조율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반발 등으로 협의체를 탈퇴하고 연가투쟁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이수일 위원장의 연가투쟁 연기 결정과 대의원대회에서의 부결, 위원장 사퇴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게 된다. 2006년, 교원평가 문제가 최대의 쟁점이 된 보궐선거에서 장혜옥 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교원평가를 둘러싼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농성과 전국 철야노숙투쟁 등 수위 높은 투쟁들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 전교조가 주장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면 ‘교원평가=교원구조조정’이라는 공식으로 연결된다. 교원평가는 교원들을 한 줄로 세워 구조조정하려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언론에서 거론하는 ‘부적격 교사의 퇴출’은 기존의 법률로도 가능한데, 이를 명분으로 교원평가를 밀어 붙이는 것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거였다. 이는 교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원평가는 그 자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는 시장경쟁과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교원정책임이 분명하다. 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완성해 나가는데 있어서의 여러 제도적 장치들 중 하나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제고사와 학교정보공개정책을 통해 학교 간 성적경쟁을 가속화시키고, 평준화 해체·특목고 확대로 이어져 국민의 사교육비를 폭등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평가가 실시된다면 교원의 질이 높아져 학교교육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학원화되어 성적을 많이 올리는 교사가 우수한 교사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교사를 ‘족집게 학원선생’으로 내모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교원평가에 찬성
교과부는 지난 3월12~17일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초중고 교원 500명과 19세 이상 성인 남녀 513명 등 1013명을 대상으로 교원평가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교원평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일반국민은 76.3%에 이르렀다. 반면 교원의 찬성비율은 63%에 그쳐 10%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의견 또한 일반국민이 15.2%인데 비해 교원은 35.5%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원평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전교조를 이해할 수 없다. 현재 평가를 안 받는 집단은 아무도 없으며 대학교수들도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 마당에 교사들만 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교원평가를 찬성하는 이유가 교사들을 퇴출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교사들은 교직에 들어오면 퇴직할 때까지 특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것 같다. 피드백으로서의 평가가 이루어져서 교원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교원평가를 찬성한다면서 덧붙인 말이다. 반면 초등학교 5학년 등 세 자녀를 둔 김용진(43)씨는 교원평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세 자녀를 키우는 동안 학교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담당 교사들과 이야기해서 잘 해결해 나갔던 것 같다. 교원평가는 반대한다. 하지만 수업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장이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는데 교사들을 평가한다고 해서 교육 현실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들을 믿어주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교사들과 가장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부천지역의 중고생들에게 교원평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교원평가에 대한 이해정도는 모두 달랐으나 공통된 의견은 교원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격적으로 학생을 모독하거나 수업준비가 미흡한 교사는 퇴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언론을 통해 교원평가 내용을 알게 되었으며 교원평가가 실시되면 부적격 교원이 퇴출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현직 교사들은 어떨까? 경기 지역의 교사인 K(36)씨는 이미 대세는 교원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돼 있음에도 전교조가 이 문제에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안을 내놓고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임에도 지도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원평가가 시행되면 아이들 성적을 잘 받게 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가 대접받을 것이 뻔하다”며 말을 마쳤다.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교원평가가 아닌 수업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유사한 영국, 일본, 미국은 어떤 방식의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을까? 영국은 2001년에 교원평가를 도입하여 평가의 결과를 학교평가와 연계시키고 교원의 보수를 차등으로 지급하고 있다. 교장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한 이 제도가 시행된 후 교원의 이직률이 증가했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교사가 채우고 있다. 2000년 교원평가를 시작한 일본도 평가 결과를 승진, 급여, 연수 등 교원의 인사자료에 활용한다. 그러나 (학생)출석률이 교원평가에 반영되자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택시를 타고 가서 학교에 데려오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도력 부족 교원’으로 판명나면 계속적인 지도와 연수를 받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면직까지 가능하다. 교원 중 9.4%만이 이 제도가 교원의 전문성 향상에 유용하다는 의견이고 73.5%는 부정적인 의견을 비치고 있다. 미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낙오 방지’ 정책인 ‘NCLB(No Child Left Behind)’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일제고사 성적을 공개하고, 그 결과 성적이 낮은 학교에 대해서 일정기간 지원한다. 그러나 끝내 변화가 없으면 학교 폐쇄까지 가능한데, 이를 통해 학교 간 경쟁을 유발시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NCLB정책이 교육의 질 향상은 고사하고 계층 및 인종간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판단, 이 정책의 전면 수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이와 전혀 다르게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핀란드다. 핀란드를 필두로 한 북유럽 국가들은 수업평가만 하지 교원평가는 하지 않는다. 교실은 공공장소로 명시돼 있어 누구라도 언제든지 수업참관을 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사는 거부하지 못한다. 교사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어서 방문자를 반긴다고 한다. 직업윤리와 교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맨발의 의사’들로 잘 알려진 쿠바 또한 교원평가가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사회적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교사 개인에 대한 평가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 교사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의 자질은 물론 교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아바나 시내에 위치한 앙헬라 란다(ANGELA LANDA) 초등학교의 교장은 “쿠바의 교원평가는 학부모의 의견과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A·B·C 등급을 매기는 형식”이라고 말한다. C등급을 받은 교사는 교장과 면담을 해야 하고 A등급을 받은 교사에게는 식당이용권 같은 작은(물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도덕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와 쿠바는 유네스코통계국이 발간한 <EFA(모든이를 위한 교육: Education for All) 세계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교육의 질적, 양적 성취를 모두 달성한 나라’로 언급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교원평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교원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수업 및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교사를 서열화하고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원과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시스템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교원평가, 전교조의 뜨거운 감자
전교조에게 있어 교원평가는 뜨거운 감자다.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 있게 받겠다고 할 수도 없다. 여전히 조합원들의 정서는 교원평가에 대해 부정적이며 지도부에겐 위원장 사퇴의 악몽이 남아있다. 사실 전교조 내에서도 교원평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전교조 내 활동가 조직 중 하나인 ‘새로운 힘’은 학생의 수업평가를 제도화하는 것을 포함해 교원평가 찬성 안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교사의 교육노동은 학생을 상대로 한 것이고, 학생과의 소통이 교육노동의 핵심이므로 당연히 교사의 교육활동은 학생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재석 대의원 15% 밖에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되었다. 단순히 학생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방식은 교사의 저항감을 불러오는 측면이 커서 전교조 내부에서 설득력을 갖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2008년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기호2번(박미자, 차재원) 선거운동본부에서 ‘교육정책평가제’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교육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국민교육평가단>을 구성하고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운영을 평가하며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가 함께 학교자치평가를 하자는 안이다. 기존의 반대 의견과 어느 정도 차별성은 있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전교조, 교원평가 수용해야
앞서 본 여론조사에 의하면 교원평가 도입에 찬성하는 교원의 비율은 63%이다. 일반 국민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다수의 교사가 교원평가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패배적으로 수용하자는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전교조의 교원평가 반대투쟁이 여타 시민단체의 공동투쟁을 이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전교조는 교원평가에 대한 새로운 대안과 함께 경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교원평가는 문제가 있으니 받을 수 없다는 주장만 반복할 때가 아니다. 학부모들도 단순히 교원 퇴출만을 바라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그 방법 중 하나로 교사들의 연수와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교사와 가장 밀착되어 있는 학생들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지표이다. 교권을 무기로 교실 안에서 세우는 권위를 버리고 수업 공개와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향해 전교조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교사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초기에 취했던 ‘교원평가=구조조정’이라는 경제주의 등식의 전술은 교사들을 투쟁의 현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전교조는 교원평가라는 전 국민적 관심을 ‘교원구조조정’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두면서 국민적인 의제로 선점하고 주도할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 이상 교사들만 바라보고 투쟁의 방향을 잡는 전교조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프레임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교원평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교원평가라는 형식을 수용해야 비본질적인 왜곡과 논쟁에서 벗어나 ‘내용’을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에 대한 국민적 논쟁이 촉발되어야 ‘교원평가를 실시하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논리를 실질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 그래야만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가져올 심각한 폐해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며 이를 통해 프레임 자체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대안적 교육정책’으로 전환시켜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
출처 : 교육! 새로고침
글쓴이 : 삼천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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