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다
손성란
책상도 있고 의자도 있다.
칠판도 있고 시계도 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있고
아이들이 버린 쓰레기도 있다.
침대도 있고 화장대도 있다.
식탁도 있고 소파도 있다.
햇볕에 눈 시린 하얀 찻잔도 있고
말라비틀어진 걸레도 있다.
바람이 앉아 책을 읽는다.
시계바늘이 달리기 시합을 한다.
마른 밥풀이 낮잠을 잔다.
화장품 뚜껑은 뽀얗게 분칠을 한다.
문은 기억을 잃는다.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는다.
두리번거리던 눈동자마저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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