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후일, 아주 먼 후일에도
손 성 란
희망으로 커야 할 아이들은
희망으로
꿈으로 채워야 할 아이들은
꿈으로
정성으로 보듬어 지극한 손길로 키워낸
희망의 꿈나무들
숲으로 대양으로 세계로 우주로
휘파람을 불며 어깨춤을 추며
거침없이 막힘없이 달려갑니다.
언제부터 이 길을 걸어왔을까?
무엇이 이 길에 머물게 했을까?
해 푸른 젊음에 봉오리 진 꿈을 안고
서툴게 들어선 교단에서
바람 불고 찬 서리 몰아치는
길고 긴 사계의 여정을
수십 바퀴 견뎌낸 인고의 어깨 위에
꿈의 열매들이 황금처럼 빛납니다.
천박하진 않으나 소박한 자리
가파른 절벽도 꽃피는 동산도 아니었지만
걸어온 내내
무릎을 굽혀야 같은 높이의 꿈을
일구고 피울 수 있었던
당신의 묵묵한 선택이
이렇게 향기로운 열매 가득한
나무가 되어
커다랗고 편안한 그늘을 만듭니다.
기나긴 세월을 돌아왔건만
뒤돌아보면 언제나 아쉬운 가르침의 자리,
우여(紆餘)와 곡절(曲折)을 함께 견디어
웃음과 눈물이 새겨진
교정의 곳곳이
당신을 움켜잡고
손을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새로운 길 앞에 서 있습니다.
머무는 동안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무게 지움이 없었던 당신은
어린 생명들에게,
남아 있는 생명 지킴이 후배들에게
마지막 한 방울의 땀과 사랑마저 다 내어주고
교단의 보람과 수고로움만을 챙겨들고
오직 자신에게만 향하여 난 길로 걸어가려 합니다.
당신의 커다란 그늘에서
어린 생명들은
또 다른 희망과 꿈을 잉태한 거목이 되었고
당신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고 있던 후배들은
참으로 편안하고 따스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간간히 덧붙이셨던
‘마지막’이라는 말씀이,
성하(盛夏)의 더위에도
모두의 가슴에
늦가을의 쓸쓸함을
앞당기는 오늘이지만
기쁨과 자랑스러움과
즐거운 웃음으로 보내드립니다.
우리에게 주었던 당신의 음성과 미소,
평생을 쏟은 교육에의 열정은
막연한 그리움이 아닌 선명한 가르침으로
언제나 함께 할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먼 후일, 아주 먼 후일에도
칭찬과 미소와 사랑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관심과 격려와 인내로 하루를 마감하며
조용한 풍경이 되어
말없이 걸어갔던 그 숲길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꿈의 항구에 도착한
노련한 선장이자 승리자인 당신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의 하루에
또 하루의 햇빛이 더해질 때마다
노을처럼 온 바다와 하늘로 퍼져가는
잔잔한 노년의 향기와,
곰삭은 삶이 담긴 황금빛 지혜와
평생 꿈을 배달했던 당신의 즐거운 황혼이야기가 담긴
행복한 편지를 기다립니다.
ps..... .2012 임진년 흑룡해 팔월 그믐날,
문남초등학교 선생님들
모두의 마음을 함께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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