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소리 없이
손 성 란
붉은 맨드라미, 하얀 분꽃
까맣게 익은 태양의 눈물
톡톡 톡톡톡 터져 나오면
꼬마들 목덜미에 쪼르르 매달려
괜스레 늑장 피우던 땀방울들도
겸연쩍어 서둘러 달아나지요.
귀뚜라미 찾아와 인사를 하고
하늘은 날마다 높아지더니
밤마다 조용히 달려온 가을
아침 창 밖 나뭇가지에
수줍은 소슬바람 걸쳐놓지요.
아직은 코스모스 한 잎
한들한들 고개 짓 할 만큼만
아직은 조팝나무 두 잎
살랑살랑 춤 출 만큼만
고만큼만 조금씩 다가오지만
밤마다 쉬지 않고 달려오지요.
여름내 칭얼대던 젖먹이
둥개둥개 갈바람 자장노래에
배냇짓 하면서 쿨쿨 잠든 새
소리 없이 살금살금 다가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