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일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에 들이닥친 태풍 곤파스...잠결에도 평생 들어왔던 그 어떤 소리보다
위협적이어서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흔들리는 베란다 창문을 잡고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어둠속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곤파스의 노여운 한 판 굿을 보았다. 힘없이 떨어지는 아파트 창문에서 쏟아지는
유리파편들의 비명, 뿌리채 뽑힌 설움을 자동차에 온몸으로 부딪쳐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야 어디론가
날아가는 나뭇가지들, 덕분에 내 차도 곳곳에 심한 타박상과 열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가 버렸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유리조각들은 마치 취객이 분노에 겨워 깨뜨린 소주병 조각처럼 초록빛 분노로 곤파스
가 가버린 아침나절을 지키며 남아있는 주차장의 차들과 아파트 벽을 할퀴어 쇠스랑이 지나간 논처럼 빗살무늬
상처를 만들고..............잊지말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너희 사람들이 있기 전에 이미 내가 , 바로 내가 있었노
라고...하늘과 바다와 산의 입김이 만들어낸 분노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