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선풍기

길길어멈 2009. 7.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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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풍 기 밝은꽃 성란 이제야 나를 기억해냈구나! 별도 달도 뜨거운 한 여름 밤 정겨운 숨결 내쉬며 개구쟁이 꼬마들 콜콜 잠들게 쉬지 않고 빙글빙글 춤추던 나를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구나! 삼백일 동안 껴입은 두툼한 먼지 옷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살살 벗겨내어 제일 좋은 자리에 앉히는 걸 보니 뻘뻘 땀이 솟고 끈적끈적 머리카락 이마에 붙어야 잊었던 내 모습 번쩍 떠오르지? 낙엽 지고 눈이 오고 꽃비 날리던 긴긴 삼백 날을 개구쟁이 꼬마들 머리맡에 앉아 빙글빙글 빙그르 뱅글뱅글 뱅그르 춤추고픈 소망 하나로 참고 또 참아온 나를 이제야 겨우 꺼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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