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풍 기
밝은꽃 성란
이제야 나를
기억해냈구나!
별도 달도 뜨거운 한 여름 밤
정겨운 숨결 내쉬며
개구쟁이 꼬마들 콜콜 잠들게
쉬지 않고 빙글빙글 춤추던 나를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구나!
삼백일 동안 껴입은 두툼한 먼지 옷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살살 벗겨내어
제일 좋은 자리에 앉히는 걸 보니
뻘뻘 땀이 솟고
끈적끈적 머리카락 이마에 붙어야
잊었던 내 모습
번쩍 떠오르지?
낙엽 지고 눈이 오고
꽃비 날리던 긴긴 삼백 날을
개구쟁이 꼬마들 머리맡에 앉아
빙글빙글 빙그르
뱅글뱅글 뱅그르
춤추고픈 소망 하나로
참고 또 참아온 나를
이제야 겨우
꺼내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