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나는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좋단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늘 기다려주고 발소리 죽여 방문 앞에 서 계시는 한결같은 그분도 좋아하지만 희노애락에 샐쭉이며 간장을 졸였다 녹였다 하는 사람들이, 솔직히 말하면 그분보다 조금 더 좋단다.
꽃속에 꽃이 있고, 별속에 별이 있고 물속에 물이 있듯, 사람속에 들어있는 또 다른 사람을 들여다보는 게 나는 정말 좋단다.
때론 너무 잘 보여서 때론 보아도 보아도 보이는 게 없어서 꿰맬 수 없을 만큼 너덜거리는 가슴이 될 때도 있지만 꿰매다 꿰매다 안되면 헤진 가슴 그대로 들쳐 안고 바보처럼 히죽거리며 총총히 뛰어간단다. 사람에게, 사람들에게 말이야.
무릎꿇고 한참을 기다려야 가슴으로 들어오는 그분도 좋지만
때낀 손톱에 입냄새나는 사람이, 숨쉬고 만져지고 이리저리 튕그러지는 잘나고도 못난 척, 못나고도 잘난 척 제 꾀에 속는 줄도 모르는 미련한 사람이 그렇게도 좋단다.
아마도 나는 삼천배를 삼천만년 동안 해서 겨우겨우 사람이 된 지렁이거나 호랑이 발에 밟혀 천년을 굴러다니다 겨우겨우 사람이 된 강아지똥이거나 오백년 동안 허리 한 번 못펴고 말고 말고또 말아 흙속에만 조그맣게 숨어있다 겨우겨우 사람이된 쥐며느리거나 ..........
그래도, 그렇게 그렇게 사람이 좋아도 때로 사람들에게 베어 피흘리며 보이지도 않는 그분에게 엎드려 통곡할 때가 있단다.
알고 있는 방법대로 엄마에게 배운대로
나에게도 남에게도 정직하고 소중하게 시간도 사람도 흘리지 않으려 늘 두손을 모으고 정성을 드렸는데
사랑스러운지 그렇지 않은지 사랑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검지 손가락 하나만 가지고 여기저기 찔러보고, 이쪽저쪽 간보고 올라간 저울 쪽을 골라담아 오는 여자생식기를 가진 이브로 사람들 입술에 붙어있을 때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조금 운단다.
소리내어 조금 더 크게 울고플 때는 다리가 아프다고, 속이 메스껍다고
일이 너무 많다고, 새끼가 아프다고 끝도 없이 수많은 핑계를 대면서 가끔씩 통곡도 한단다.
그리곤 바보같이 또 총총히 달려간단다. 이브도 아담도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허겁지겁, 헐레벌떡, 넘어지고 깨어지며
장미보다 뾰족하고 양귀비보다 독한 사람들에게로,
그 사람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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