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는 아이들, 어떻게 말문 열어야 하나? 학교와 가정에서의 생활모습이 일치하는 경우가 20%를 넘지 않는다는 통계자료를 언젠가 본 기억이 있다. 학교에서는 말없고 조용하고 모범적인 아이가 가정에서는 온 집안이 들썩 거릴 만큼 활발하고 수다스러운가 하면 학교에서는 책임감 있게 심부름과 발표를 잘하고 의사표현도 정확하나 가정에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경우의 아동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아동 스스로가 학습에 의해서 때와 장소에 따른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여 외부로 표출하는 방식에 의한 것이 많겠지만 성장과정에서의 문제라든가 학급에서의 교우관계, 성적부진 등의 문제와 연관하여 점차로 말문을 닫고 소극적인 아이로 변해가는 경우도 있다. 말문을 열려면 우선 아이에게 즐거운 경험을 많이 만들어주어 긍정적 생각을 갖게 하고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 가라앉은 마음을 띄어주면 말수도 서서히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말이 없는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어떤 경험이 이 아이를 즐겁고 기쁘게 해주는지 파악할 수 없으므로 애정 어린 관찰과 관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많은 아이들 속에서 이것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의외로 진단을 위한 관찰단계에서 아이의 상황이 급호전 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교사의 관심에 목말라 있다는 이야기이다. 말이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어떤 말부터 쏟아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말할 시점을 놓치는 경우일 수도 있는데 사실 이것은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달라는 무언의 시위요 사인인 경우가 많다. 특히 학교에서는...그저 그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주고 읽어만 주어도 개선될 수 있다고 감히 역설해본다. 아이이건 어른이건 자신에게 느껴지는 따뜻하고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이 느껴질 때 자기를 열고 드러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학급의 여러 친구들의 힘을 빌어 놀이집단이나 각종 활동 집단에서 자신감을 갖고 소외되지 않게 역할을 주고 인정해줌으로써 얻어지는 점진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사소한 교사의 관심이 때로는 기적적이고 매우 비약적인 결과를 단시간에 초래하기도 한다.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어렵고 힘들지만 이런 불가사의한 점 때문에 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같다. 그저 그 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응, 그랬구나, 그렇구나, 그렇겠다’ 만 즉시즉시 반응해주어도 의외로 아이의 말문이 쉽게 터질 수 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비롯한 각종 이상행동의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결국은 하나의 결론에 이르고 만다.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 친구들과의 불화합, 학교에서의 소외감 내지는 도태에서 오는 자괴감, 부부갈등으로 인한 불안감, 단 한명도 자신을 완전히 수용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 등등이 그 세부사항일 것이다.
사실 교사가 학생의 인성을 의도하는 대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꿈이다. 무책임한 부모가 교사에게 우리아이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내맡길 때, 걱정하지 마세요, 차차 좋아질 겁니다.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보며 사랑으로 지도하겠으니 안심하시고 좀 기다려 봅시다. 등등의 듣기 좋은 인사말은 사실 그야말로 인사말로 끝날 때가 많다. 부모나 교사나 다 알고 있다. 아이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하지만 알면서도 이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교사의 변명이야 이곳에서 표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미 가정에서 굳어져버린 아이의 모든 사고와 행동양식의 교정을 담임이나 여러 교사들이 분담하여 바람직한 쪽으로 유도하여 완성시킨다는 것은 실로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학업 뿐 아니라 올바른 인간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사회의 구성원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교육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 교사가 해야 할 일, 아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아니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한 것일까? 만일 지도의 효과가 적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없다면,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시지프 신화의 돌 올리기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향하여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퍼부어야 하는 운명이다. 그것이 바로 교사의 업이다. 비록 부모만은 못할지라도 단기 효과 면에서 어쩌면 교사의 관심과 사랑이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때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교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교사의 사랑과 관심에 대한 거짓 없는 결과가 달려온다. 눈에 보이지 않고 언제인지도 모르지만 , 이 눈에 보이지도 언제 어떤 식으로 인지도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랑과 관심의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교육이기에 바로 교육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 교사가 행한 일이 1분후, 아니 일주일이나 한 달 쯤 후 바로바로 효과가 나오거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면 누가 교육이 어렵다고 할 것인가? 아이들은 여건만 주어지면 바로바로 구워지는 붕어빵이 아니다. 때로 이 구름 잡기 같이 허망한 투자가 우리 교사들을 지치게 하지만 열매를 보고 씨를 뿌리지 않는 농부의 맘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사랑과 관심의 눈길, 손길을 준다면 분명 아이의 입이 열릴 것이다. 그 첫마디가 " 선생님, 사랑해요!" 일지 누가 아는가? 꿈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참 거칠고 메마른 것 같지만 그만큼 또 우리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있다. 역으로 목말라 있는 만큼 조금만 노력해도 싱싱하게 살아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힘들어도 여기에 긍지를 갖자.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확률이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10% 미만이라는 통계가 우릴 슬프게, 우리의 의지를 미리 꺾어버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누구인가? 아무도 알 수 없는 인간을 다루는 인간정신의 조형자들 아닌가? 알면서도 포기했던 수많은 악조건을 이기고 오로지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본다. 아이의 말문, 교사의 포근하고 넓은 가슴과 사랑의 지속성으로 조금은 속도를 빨리하며 열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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