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난 알아요

길길어멈 2010. 3. 25. 19:02

    난 알아요

    다원 손성란

     

    커다란 건물 아래 그늘에도

    그만 산수유 노란 웃음이 터져버렸거든

    아파트 화단 귀퉁이 하얀 눈 무더기

    놀아 달라 손짓해도 난 안 가.

     

    낑낑 나무줄기 뚫고 나오는

    아기 봉우리들 땀방울 소리

    내 귀엔 벌써 들리는 걸

     

    꼭 아지랑이 오르는 걸 봐야

    봄인 걸 아나?

     

    달콤한 흙냄새 코를 당겨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내 창턱 바로 밑 까지

    다 왔다는 신호야

     

    진짜 안 보여?

     

    고양이도 하품하다 졸게 만들고

    아무도 모르게 들어오려고

    문 뒤에 가만히 숨어있는 거

     

    추운 들판 떨며 지킨 하얀 겨울을

    단숨에 밀어내는 게 미안해서 그러는 걸

    모르는 척 못 본 척 가만히 기다려주자.

     

    아마도 사흘을 못 넘기고 제풀에 튀어 나올 걸?

    약 올라서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해서는

    기다림에 지친 노란 아지랑이 뽀얗게 내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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