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삼월아, 천천히 가렴

길길어멈 2010. 3. 20. 15:32

삼월아, 천천히 가렴 -밝은 꽃- 아침햇살이 기지개를 펼 때 기지개에 놀란 아침이슬이 또또르 또그르 굴러 내릴 때 걸음은 느리고 마음만 달려가는 삼월의 학교 가는 길 개나리 산수유 참았던 웃음 노랗게 노랗게 터지기 전에 새 학년 새 교실 아이들 설레임 푸르르 싱겁게 가라앉기 전에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 들판처럼 따뜻하고 익숙한 엄마 품처럼 세상에 처음 나온 어린 싹들이 재잘재잘 어깨펴 고 꽃필 수 있게 삼월아, 삼월아, 천천히 가렴 봄볕에 언 손 녹여 달려 오는 아이들 하나씩 품어서 눈 맞춰 인사하게 꼬물꼬물 조막손 조금만 더 커지게 풀잎이 숨을 쉬는 순간만큼이라도 게으른 고양이 하품처럼 나무 타는 늘보 처럼 삼월아, 삼월아, 천천히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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