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산 문

[스크랩] 내가 나에게 주는 송년 상장

길길어멈 2009. 12. 31. 22:31

 

제 2009-12-31호

                  

                        상                   장 

 

 

 

 속터지게 하는 아이들 달래가며 일곱 학급을 전전하며 한쪽 발로도 씩씩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쩐이

 겹쳐서 오는 기안문도 성실히 마무리하여 전자색인목록까지 해서 깔끔하게 넘긴 쩐이

 어정쩡한 나이라 후배한테 선배들 사이에서 나이값 하느라 애쓴 쩐이


 215일 결석도 지각도 않고 아침마다 교실로 뛰어들어가 핏대를 올린 쩐이

 전담인데 그래도 전담인데

 맨손 수업이 미안해서 어디 반쪽짜리라도 교구로 쓸만한게 없나 노안을 두리번 대던 쩐이

 교원평가다 성과급이다 해서 가만히 있어도 귀찮게 흔들어대는 바람들 많아도

 의연하게 잠잘 시간 수다 떨 시간 아껴서

 교육마술, 학생이상심리, 청렴, 영어로만 수업하기, 내수업에 날개달기, 의사소통 등 1년 내내 쉬지 않고

 원격으로 90시간 넘게 열심히 연수받은 쩐이

 

 국어문법교육론95, 고전문학교육론 99, 교직실무98로

 3차 동안 에이 풀을 유지한 중 최고 점수를 맞은 2009학년도 2학기의

 성실하고 강한 아줌마정신을 십분 발휘한 쩐이


눈가에 주름살 생기는 신랑이 안타까워 신랑 먼저 챙긴 쩐이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고 적금 깨서 헌랑 차 사는데 선뜻 내놓은 맘 넓은 쩐이

우리 아이 기죽을까 고양이 같은 녀석을 사자다 사자다 응원하며

새벽마다 자명종 없이도 벌떡 일어나 따뜻한 아침밥으로 애써 응원하고 뒷바라지한 고3 엄마 쩐이


아이들의 부족함이, 

엄마가 꼭 필요한 시기에 저 살기에도 번잡스런 삶을 사느라

엄마도 마눌도 뉘집 메느리도 아닌 쩐이로 사는 시간이 많았던 탓에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미안함으로 기도하며 그저 기도하며 견딘 쩐이

 

를 칭찬하여 2009년 송년을 맞아 이 상장을 줍니다.

 

               2009년 12월 31일

                   인천 연수구에 사는 길길어멈 쩐 

 

 

 

 

수상소감


내년에는 자녀들로 인해서 더 많이 웃는 엄마 되게 하소서.

-아니 엄마로 인해 자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질 날 없게 하소서


내년에는 신랑 때문에 "이 사람과 결혼 참 잘했다." 고백하게 하소서

-강요하지 않아도 울 마누라 덕에 이만큼 행복하다 헤벌어진 남편의 입을 보게 하소서


내년에는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에 더 도전하는 "나"이게 하소서.

-두렵다고 물러서는 만큼 심장은 자꾸만 작아짐을 체험케 하셨으니..........


내년에는 세상에서 가르치는 일이 제일 재미있다 고백하는 선생님이 되게 하소서.

- 아이들이 쩐샘 시간이 젤 기다려진다고 재밌어 죽겠다고 사방 외칠 수 있게 하소서

 

내년에는 좋은 사람, 보고픈 사람, 만나면 기쁨을 주는 사람들처럼

힘들게 하는 사람, 염장 지르는 사람, 외롭게 하는 사람, 입술을 깨물게 하는 사람과도

무던하게 지낼 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와 온유함을 듬뿍 주시옵소서



이리하여 2010년 12월30일,,,,,내게 가족과 친구와 일과 학업이 있어서

더욱 더 내 인생이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말하게 하소서.


제발

흘러가는 세월에 종종걸음 치지도 슬퍼하지 않고 기쁨과 여유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소서.

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겸손한 어린 양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 아 멘 -


 


출처 : 부평서초등학교29회동창회
글쓴이 : 희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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