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호텔이 별꽃호텔이 된 사연
손성란
봄볕에 하늘이 데워지면
풍선처럼 부푼 별들이
우당탕 뛰어다니다
서로의 모서리에 발이 걸려
우르르 지구로 쏟아져요.
지구의 밤으로 날아온 별들이
벚나무 가지에 와글와글
내려앉더니 피곤했나 봐요
꽃송이 하나에 별 하나씩
쏙쏙 들어가 눕더니
깜박깜박 졸다가 쿨쿨 잠들었어요.
누가 발 걸어 넘어졌는지
찾아내려던 마음은
부드러운 꽃잎 침대에 누워
아기냄새 닮은 향기를 맡으니
저 먼 우주로 날아갔나 봐요.
잠에서 깬 별들이 콩콩 뛰네요
자기 침대가 젤 폭신하다고
자기 침대가 젤 향기롭다고
으스대며 기지개를 켤 때마다
반짝반짝 벚나무엔 별꽃이 피네요.
별들이 살 던 저 먼 밤하늘은
캄캄하기만 한데
별들이 하룻밤 묶어가는 벚꽃 호텔은
반짝반짝 난리가 났네요
이건 뭐 벚꽃이 아니라
별꽃이 피어난 거지요.
봄볕에 데워져 풍선처럼 부푼 별들이
요즘엔 일부러 다리 걸기로
넘어진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것도 벚꽃호텔이 문을 여는
사월에만 말이지요.
사실 벚꽃호텔도 하룻밤이 아니라
열흘 쯤 머물다 가도 좋다고
봄볕에 초대장을 실어
별나라로 보낸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