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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웅시인의 풍란 향기

길길어멈 2024. 9. 9. 19:06

인천문협의 이충웅원로시인(87세)의
제6시집이 배달되었다
책 표지 안쪽에 있는 사진을 뵈오니
총회 때나 송년회 때 쯤 뵈었을까?
낯이 선듯 낯이 익은 듯하다.


인천문인협회 회원의 대다수가 시인으로 시분과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해 나는 열명이 안되는 아동문학분과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인문협회원으로 활동한지가 십 오육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가벼움으로 회원들의 신간서적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바람결에 어떤어떤 작가가 어떤어떤 책을 출간했는데 어떠어떠하더란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거기에 덧붙여 너도 받았느냐 나는 언제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 종종 민망하기 그지없다.
나는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여 나에게까지 시집을 보내오는
시인에 대한 마음은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번은 아니어도
한 두번 인사를 나누었거나,
심지어 친밀하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안면을 터온 사이로 밥도 먹고 차도 함께 한 적이 있거나 그런 분들도
내게는 시집을 나누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분이 누군데 나에게 책을 보내셨지?
할 정도로 낯선 이름으로
저자사인이 된 책을 받을 때가 있다.

바로 이충웅작가님이 그렇다
처음 들어보는 존함,
게다가 1938년생 이라는
작가소개에 더 놀랐다.
작고하신 시부모님과 동갑이신데
시집을 내시다니 ....
게다가 제6시집이라니...

시편을 감상하여보니
아이같이 맑고 진실하고
거짓이 없어
내가 써온 글들이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호스피스에서 시부모님을 간병하며
제일 많이 느낀 건
언어의 한계였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요
그 사람의 모든 세계임을
눈으로 확인했던 경험.
무수한 감정과 생각과 논리의 표현이
평생 써온 몇 안되는 단어로 한정지어지는 슬픔과 답답함

같은 연세이신데
평생 교직에 계셨던 분이기도 하시지만
끊임없이 읽고 쓰고 표현하며
확장된 언어의 세계가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로운지
그의 말의 정원이 얼마나 거대한 지
그의 뇌와 생각이 얼마나 말랑한 지...

언어에 의해
나이와 상관없이
죽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광활하게 자신과 삶과 자연과 관계에 대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새삼 배우고 감탄한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나누고 받고 소통하며 사는 삶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보게 하는
이충웅 원로시인의
풍란 향기

읽을 때마다
읽을 수록
시인의 긴 관찰과
사유가 옮겨온다

삶과 사물, 자연을
천천히 차분하게
아주 오래오래 깊이
바라보다 꺼낸
맑고 솔직한 단어들이
마음을 두드린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