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봄바람

길길어멈 2021. 5. 17. 20:54

봄이 가고 있다.
사흘째
떠나기 싫은 듯
눈물같은 봄비를 뿌리고 있다.
봄비는 봄바람의 춤을
보여주며 봄과의 작별을
예고하나 보다.

이팝꽃이 다 떨어져버렸다
때죽나무 꽃도 바닥에 흥건하다
벚나무 애기 열매들과 초록 꼬투리도
발길에 톡톡 터진다.
빗물에 밥풀처럼 조팝나무 꽃잎이 둥둥 떠다닌다.
오월의 나무는 초록을 감당 못하고
도로 위로 그 빛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초록터널 초록의 하늘 울타리로
시원하게 눈과 가슴을 뚫어준다.

이 비가 그치면
이 비에
찔레꽃 하얗게 지고나면
개구장이 변덕스런 봄바람이
마냥 그리운
갑작스런 여름이 올게다.
봄아
봄바람아
봄비야
봄꽃들아

남김없이 고마웠다
빈틈없이 행복했다

시아버님 갑상선초음파검사를 위해 봄비를 맞으며 병원에 다녀왔다. 오월의 나무만큼 건강하시기를... (20210517)

'창작밭 > 동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장마  (0) 2021.09.30
연수역 벚꽃로(어른을 위한 동시)  (0) 2021.09.30
쑥개떡 정성떡  (0) 2021.05.17
지구가 둥근 건  (0) 2021.05.07
수국  (0)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