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동 시

텔레비전

길길어멈 2016. 7. 17. 15:21
    텔레비전 손성란 학교 끝나고 터덜터덜 기운 없이 돌아가는 우리 집 삑삑 삐삐 삑 비밀번호 누르니 드르륵 열린다, 우리 집 맞구나 빈 집 지키기 무서워 새까매진 얼굴로 거실 벽에 붙어있는 텔레비전 엄마에게 하듯 마주보고 앉아 ‘다녀왔습니다.’ 인사말 대신 리모컨 전원 버튼 누르기 까만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색색의 꽃잎이 춤을 추고 봇물처럼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공부하느라 힘들었다고 햄버거랑 콜라랑 치킨이랑 피자랑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낸다 미안해서 어쩌지? 가방만 놓고 학원가야 하는데 온종일 나만 기다렸을 텐데 두 시간만 기다려, 얼른 갔다 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과자도 같이 먹자 엄마 올 때 까지 무섭지 않게 내가 놀아줄게, 조금만 기다려 한밤중처럼 다시 캄캄해진 텔레비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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