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시

갱년기

길길어멈 2013. 12. 20. 01:33

 

갱년기

                                                               손성란


 

     특별히 급할 것 없는 아침의

     느럭느럭 늘어지는 시계바늘이 된다.


    사지는 엿가락처럼 녹아내리고

    심장은 늘어진 사지를

    기어이 끌고 가려는지

    사정없이 헐떡이며 재촉한다.


    낮술에 취한 맨드라미마냥

    전신이 붉게 끓는다.

 

    돌아보는 옛날은

    왜 그랬는지, 왜 그랬어야 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긴 시간 공들여 쌓아온

    시간의 벽을 한순간, 모래로 만든다.

 

    허공에 팔을 걸고 안간힘을 쓰다가

    끈적이는 진땀을 신경질적으로 닦는다.

 

    뭐, 어쩌라고

    앞도 뒤도 분간 없이

    달리고 넘어지며 여기까지 왔는데

    의심없이 도착했는데


    벼랑만 있다고

    돌아갈 길이 지워졌다고

    여기가 아닌 것 같다고


    죽을 것 같이 놀라서

    울며 불며 소리 한 번

    지르는게 뭐,


    심장이 뛴다고

    온몸에 열이 난다고

    소리내어 말하는게 뭐.


     그렇게 고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