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알아, 봄이 오고 있는 걸
손성란
커다란 건물 아래 그늘에도
그만 산수유 노란 웃음이 터져버렸거든
아파트 화단 귀퉁이 하얀 눈 무더기
놀아 달라 손짓해도 난 안 가
낑낑 나무줄기 뚫고 나오는
아기 봉우리들 땀방울 소리
내 귀엔 벌써 들리는 걸
꼭 아지랑이 오르는 걸 봐야
봄인 걸 아나?
달콤한 흙냄새 코를 당겨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내 창턱 바로 밑 까지
다 왔다는 신호야
진짜 안 보여?
고양이도 하품하다 졸게 만들고
아무도 모르게 들어오려고
문 뒤에 가만히 숨어있는 거
추운 들판 떨며 지킨 하얀 겨울을
단숨에 밀어내는 게 미안해서 그러는 걸
모르는 척 못 본 척 가만히 기다려주자.
아마도 사흘을 못 넘기고 제풀에 튀어 나올 걸?
약 올라서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해서는
기다림에 지친 노란 아지랑이 뽀얗게 내뿜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