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밭(펌)/시의늪

학교 외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전병호/

길길어멈 2012. 11. 18. 07:51

    학교 외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全炳浩-


    그대가 껴안고 있는
    저 안에 아이들
    얼마나 따뜻하고 시원할까
    여름날 소낙비의 역습에도
    한겨울 눈보라 앞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날들이 있어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소


    바람의 뭇매에
    말리 비틀어지고, 초라해도
    벼랑 끝을 타고 오르며 만난 희망
    큰 아픔들은 참을 만 하오
    봄날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 내내 얼얼한 아픔들도
    땅 속 뿌리는 참아내며
    말없이 살고 있잖소.


    벼랑 끝에 붙어
    급식소 안을 들여다보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그대 얼굴에 환한 미소
    누군가는 알고 있으니
    정녕 슬퍼하지 마오


    누군가 기다려주지 않아도
    누군가 바라보지 않아도
    그대는 오늘도
    험난한 벽을 타고 오르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