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시

[스크랩] 외사랑을 내려놓고 떠나시는 당신께

길길어멈 2009. 9. 30. 23:48

외사랑을 내려놓고 떠나시는 당신께

 

당신 뼈를 갈아

어리고 철없는 이 땅에

재로 뿌린 지 벌써

사십년이 지났네요.


당신 심장의 온기로

싹이 트고 꽃이 핀 나무들이

어느 새 작은 숲을 만드네요.


당신을 거름삼아

생명을 키워나간 이 땅엔

아직도 수많은 씨앗들이 묻혀있는데

당신은 심장도 다 내려놓고

이 어리고 철없는 땅을

떠나가시네요.


삼백 예순 닷새씩 마흔 해를

궂은 날, 젖은 날 하루도 없는

언제나 맑음, 언제나 맑고 따뜻함의 날로

훠이훠이 두 팔로 구름, 눈, 비 걷어내고

마흔 해를 하루같이 지켜온

이상기온의 이 땅을

안타까이 뒤에 두고

떠나시네요.


당신은 몸만 가시네요.

철없는 아이들의 땅을 일구고 사랑하는 것이

라를 사랑하는 것이요

당신의 사명이라 굳게 믿었던

소망과 신념은 고스란히 남겨두고

당신은 그림자같이 빈 몸만 가시네요.

황금훈장도 황금마차도

그림자가 된 당신의 몸엔

빛이 없네요.


하지만 보세요.(반전)


-당신의 뼈를 갈아 재를 덮고

당신의 심장으로 일년 내내 따사-로-운

이 생명의 동산, 이 이상기온의 땅을 요.

꽃진 자리에 열매가 열릴 때마다

당신 뼈와 심장이

생명의 옷을 입고 살아나는

모습을 말이에요.


기쁨과 슬픔, 보람과 안타까움이

불쑥불쑥 예고 없이 교차했던 길이었기에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세월이었습니다.


그 세월과 목숨 같은 교육에의 외사랑을

후배에게 내려놓으시고 떠나가시는

아름다운 당신을

자랑스러움존경두려움사랑으로

배웅합니다.


이젠 오로지

당신만의 평화의 땅으로

무사히 귀환하시는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에

아쉬움과 기쁨이 함께 담긴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 곳에서처럼

당신의 안 뜰, 자유의 나무에도

행복과 기쁨, 건강과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가득하길 소원하는

제자와 동료와 후배들의 마음이

당신의 빈 몸에 따뜻한 온기로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새처럼 가벼운 몸으로

그토록 정성껏 가꿔온 아이들의 땅 위로

멋지게 날아다니는 당신을

기쁨으로 만나길 소원합니다.

부디

안녕히

안-녕-히

가십시오.


출처 : 인천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글쓴이 : 손성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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