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을 내려놓고 떠나시는 당신께
당신 뼈를 갈아
어리고 철없는 이 땅에
재로 뿌린 지 벌써
사십년이 지났네요.
당신 심장의 온기로
싹이 트고 꽃이 핀 나무들이
어느 새 작은 숲을 만드네요.
당신을 거름삼아
생명을 키워나간 이 땅엔
아직도 수많은 씨앗들이 묻혀있는데
당신은 뼈도 심장도 다 내려놓고
이 어리고 철없는 땅을
떠나가시네요.
삼백 예순 닷새씩 마흔 해를
궂은 날, 젖은 날 하루도 없는
언제나 맑음, 언제나 맑고 따뜻함의 날로
훠이훠이 두 팔로 구름, 눈, 비 걷어내고
마흔 해를 하루같이 지켜온
이상기온의 이 땅을
안타까이 뒤에 두고
떠나시네요.
당신은 몸만 가시네요.
철없는 아이들의 땅을 일구고 사랑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요
당신의 사명이라 굳게 믿었던
소망과 신념은 고스란히 남겨두고
당신은 그림자같이 빈 몸만 가시네요.
황금훈장도 황금마차도
그림자가 된 당신의 몸엔
빛이 없네요.
하지만 보세요.(반전)
-당신의 뼈를 갈아 재를 덮고
당신의 심장으로 일년 내내 따사-로-운
이 생명의 동산, 이 이상기온의 땅을 요.
꽃진 자리에 열매가 열릴 때마다
당신 뼈와 심장이
생명의 옷을 입고 살아나는
모습을 말이에요.
기쁨과 슬픔, 보람과 안타까움이
불쑥불쑥 예고 없이 교차했던 길이었기에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세월이었습니다.
그 세월과 목숨 같은 교육에의 외사랑을
후배에게 내려놓으시고 떠나가시는
아름다운 당신을
자랑스러움과 존경과 두려움과 사랑으로
배웅합니다.
이젠 오로지
당신만의 평화의 땅으로
무사히 귀환하시는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에
아쉬움과 기쁨이 함께 담긴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 곳에서처럼
당신의 안 뜰, 자유의 나무에도
행복과 기쁨, 건강과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가득하길 소원하는
제자와 동료와 후배들의 마음이
당신의 빈 몸에 따뜻한 온기로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새처럼 가벼운 몸으로
그토록 정성껏 가꿔온 아이들의 땅 위로
멋지게 날아다니는 당신을
기쁨으로 만나길 소원합니다.
부디
안녕히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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