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산 문

[스크랩] 나르미 활동 참여기

길길어멈 2009. 9. 30. 23:22

<혁신활동참여기>

나르미? 도대체 뭘 나른다는 거야!

         ES나르미손성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하나, 두울, 세엣…’하고 셀 수 있을      정도로 나뭇가지에 남아있는 잎들이 몇 개 없다. 아, 가을이구    나! 느낄 사이도 없이 발밑에 밟히는 낙엽이 바사삭 소리를     내며 잘게 부서져버리는 것이, 2007년을 마무리 할 때가 왔노라고 황급히 재촉하는 초겨울의 비명인 것 같아 덩달아 내 마음까지 급해진다.


 그래, ES나르미 첫모임이 있던 작년 초봄의 날씨도 꼭 요즘같이 쌀쌀했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막연한 상태였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기대와 설렘, 자신의 내부를 샅샅이 끄집어내어 과감하게 공모에 뛰어든 19명의 뜨거운 열정이 뒤엉킨 첫 만남의 열기는, 서로악수를 하면 데일 것 같은 뜨거운 흥분을 맛보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교사 내부 강사단이 수요자에게 교육만족(Education Satisfaction)을 위한 정보와 활동들을 나르고 운반한다는 ‘ES나르미’라는 이름을 달고, 부르는 곳이면 어느 학교든지 한걸음에 달려가 교육혁신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학교혁신의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함께 한 지가 벌써 두 해를 넘기고 있다.


 사실 늘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그것도 교육현장의 쓴맛과 단맛을 다 맛본 대 선배 선생님들 앞에서 혁신이 어쩌고저쩌고 떠든다는 것이 도라지가 인삼 앞에서 약효 자랑하는 꼴이라, 강의를 나갈 때마다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진땀이 났지만, 늘 교육현장에 있어 왔기에 간과하기 쉬운 우리들의 치부와 허점을 같은 교사라는 입장을 빌어 용감하게 들춰내었고, 밖에서 보는 교직에 대한 인식과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정보를 나눔으로써 자칫 타성과 무사안일로 교육수요자와의 의사불통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위기의식과 변화의 필요성을 힘주어 이야기 하였다.


 변화란 무엇일까? 혁신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니 지금 이 순간 까지도 강의를 위해 이 학교, 저 학교를 방문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변화와 혁신을 화두로 강의를 하는 사람이 이런 질문을 품고 다닌다는 것이 몹시 아이러니한 일인 줄은 알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갖고 있어야만 신뢰와 확신에 찬 힘 있는 강의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쉽게 털어버리지도 못하는 명제였다.


  그런데 요즈음 참 놀랍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냈다는 나비효과-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의 원리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 마리 작은 나비이기를 자처하며 가냘픈 날개 짓으로 각 급 학교로 혁신소식을 나른 지 이 년째인 요즈음, 폭풍은 아니지만 잔잔한 파도와 같이 거부할 수 없는 혁신의 바다에 대다수의 학교들이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잔잔한 학교혁신의 파도 속에서 끊임없이 잘게잘게 담금질을 하고 있는 학교안의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내딛고 있는 혁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오히려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혁신은 우리가 공기를 호흡하듯, 일상의 습관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학교를 들어서면 느낄 수 있는 분위기, 다시 말해서 새로운 산소가 공급되는 듯한 신선한 느낌,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생동감이 한꺼번에 가슴으로 밀려들어오는 학교들이 하나 , 둘 씩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조짐과 증거는 아주 사소하다. 우선 ES나르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는 것, 낯선 사람을 만날 때의 표정과 몸짓, 언어들이 매우 밝고 긍정적이라는 점, 방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학교의 구조와 교실 배치, 아이들과 함께 할 때의 정성스러운 모습, 적극적인 연수 참여의 열기, 늦은 시각까지 개방되어 있는 특별실, 기분 좋은 안내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ES나르미를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붙였던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즐거운 동행”이라는 브랜드를 “행복한 학교에 함께 하는 신나는 친구”로 바꾸고 싶을 만큼, 이미 꿈꾸는 단계를 지나 아이들과 함께 행복과 기쁨을 나누는 배움의 장소요 믿음과 감동이 가득한 공교육의 산실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산통이 지금 곳곳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백할 것이 있다. 내 작은 날개 짓이 학교혁신의 폭풍을 일으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기쁨보다 더 큰 것!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변화이다.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미리 외운 혁신정보를 막무가내로 읊조리던 앵무새에서 내 삶 전체의 모든 부분에 변화와 혁신을 도입하고 실천하는 혁신매니아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 나의 가족, 나의 삶의 방식, 나의 일터 등 모든 삶의 현장에서 이대로 좋은 것인지, 아니면 더 좋은 것으로 바꿀 것은 없는지를 습관적으로 묻고 실천하는 내재화된 혁신마인드의 맹렬한 실천가의 한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동안 ES나르미들을 환영해 주시고, 열심히 경청해주신 학교현장의 여러 선생님들과, 보다 좋은 강의내용을 위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있는 혁신의 모티브를 잡아 전달하고자 함께 고민했던 ES나르미 선생님들께 감사와 사랑이 듬뿍 담긴 인사를 드린다.

 

 “오늘도 종아리가 당기도록 뛰어다니고 계신 선생님들, 자랑스러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믿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출처 : 인천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
글쓴이 : 손성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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