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본 순간
이승훈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롬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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