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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 백일장 심사위원님들의 좋은 산문 쓰기에 대한 조언 모음

길길어멈 2014. 3. 30. 20:23

좋은 산문 쓰기에 대한 새얼 심사위원님들의 조언

<원유순 동화작가>
글이란 겪었던 일을 솔직하게 그대로 쓰면 읽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도 하고 눈물짓게도 만드는데 이것을 감동이라고 합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제목이나 소재와 연관되었을 만한 일을 나의 깊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좋습니다. 그건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고 느낌일 수도 있고 색바란 사진처럼 있었던 듯 없었던 듯 막연한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그 작은 실마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입니다. 사건이라면 언제 어떻게 일어났지?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지? 느낌이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꾸 궁리를 하면서 그때의 느낌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글을 TMs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쉬운 일일 수도 있고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날마다 조금씩 쓰는 습관을 가져봅시다. 일기도 좋고 낙서나 메모라도 좋습니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글 쓰는 능력이 쑥 커져 있을 것입니다. 상을 받지 않아도 이것은 어른이 되었을 때 정말 값진 자산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오정희 소설가>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데 꼭 필요한 일기쓰기를 등한시하는 어린이가 너무 많다. 좋은 경험을 갖게 해주어도 자세히 보고 느끼려 하는 마음 없이 건성으로 지나치기 때문에 좋은 글감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초등학교에서 산문 쓰기 지도는 일기 쓰기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일기에서 날짜를 지워 버리면 그대로 산문이 되는 것이니 일기를 꼭 쓰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좋은 문장을 가지려면 우선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 보아야 합니다. 손쉽게 베껴 쓰거나 몰래 훔친 글로 백일장에 나와 봐야 심사위원들이 금방 눈치 채기 때문에 탈락하고 맙니다. 백일장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글을 읽어보면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기 나름의 체험이나 사고를 갖고 있지 않거나, 자기만의 체험이 있어도 그것을 글로 드러내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영국의 작가 서머싯 모옴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끈질긴 흥미와 탐구, 사물의 이면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편견과 감상을 배격하고 착실하게 인생을 보고 또 전체로써 볼 것 , 많이 쓰지 않으면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개인적인 입장에서 세계를 볼 줄 아는 개성,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합니다.
-글쓰기는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글을 쓰면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내면의 생각과 정서와 마음을 끌어내고 정리하게 된다는 것을 글을 써 본 사람은 경험으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하는데 좋은 글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은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이순원 소설가>
잘 쓰고 좋은 글을 어는 한 사람에게만 좋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점입니다. 어떻게든 자기 글의 감동을 크게 하려고 느낌을 과장하고 쓸데없는 수사를 잔뜩 동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한 감정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끝에 가서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야 합니다. 자신이 연습한 주제와 다른 제목이 나왔을 경우 억지로 연습한 글과 연결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글은 때로 자신을 내려놓고 정면으로 승부하며 써 나가는 것입니다.

<이성률 아동문학가>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규정을 잘 따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고지 사용법과 맞춤법, 원고 매수는 지켜야 합니다.

-또 산문으로 도전할 때 설명문이나 논설문은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자기가 경험한 일 가운데서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자세히 쓰는 것이 좋다. 자기만의 이야기일수록 특별한 이야기가 되고, 특별한 이야기일수록 우리는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세히 쓰는 가운데서 좋은 표현도 나오고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거리게 해서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안선모 동화작가>
-글 쓸 때 제일 처음 할 일은 주제와 관련된 일들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겪은 일, 최근에 겪은 일, 또는 들은 일, 본 일 등을 꼼꼼히 생각해 보면 분명 좋은 글감이 나올 것입니다.

-다음은 얼개를 짭니다. 얼개란 글의 뼈대 같은 것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도 뼈대가 없으면 서지 못하듯 글에서도 좋은 글감을 잡았으면서도 얼개를 짜지 않고 쓰면 좋은 글이 탄생하지 못합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나만의 글감 찾기가 중요합니다. 잘된 글을 찾아 읽고 그 속에서 개성 있고 독특한 글감이 무엇인가 찾아보면서 나의 글과 비교해 보세요.

-다 쓴 후 소리를 내어 글을 읽어 보십시오. 그렇게 소리를 내어 몇 번 읽다 보면 이상한 부분, 틀리게 쓴 부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뛸 것입니다. 이 작업은 여러번 반복하면 할수록 글이 좋아집니다. 자신이 쓴 글을 한 번도 읽어 보지 않고 그냥 휘리릭 제출하는 어린이들은 글쓰기를 포기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동렬 동화작가>
-초등학생 대상 백일장에서 운문(시나 동시)의 반대 개념으로 제시되는 ‘산문’이라면 대부분 ‘생활문’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활문은 일기 쓰듯이 쉽게 쓰면 됩니다. 왜냐면 일기와 생활문은 같은 성격이의 글이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기는 하루 중에서 글감을 잡는 것이고 생활문은 일기에 비해 글감을 찾는 기간의 폭이 더 넓다는 차이밖에 없다. 백일장에서는 생활문의 글감을 스스로 찾는 게 아니고 주최 측에서 미리 찾아 주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주어진 글감에 대한 자신의 추억을 모두 떠올리고 기억을 더듬어 그때 그 상황을 남들도 실감나게 자세히 쓰면 된다. 그러면 잘 쓴 글이 된다. 다시 말해 생활문이란 좀 지난 일기를 평상시 일기보다 더 길게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글을 자세하게 쓰면 읽는 이도 실감이 나게 마련이고 길이도 길어진다. 실감나는 글에다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얹으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자기가 쓴 일기 글에서 맨 위에 쓰는 날짜만 지워보자, 그게 바로 생활문이다.
그런데 생활문 치고는 좀 짧은 생활문이 될 것이다. 원래 짧게 쓴 일기니 그럴 수 밖에. 그 짧은 일기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자세히 꾸며 주고, 실감나는 대화체도 넣어 주어 보자. 그리고 그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해 보자, 짧은 일기글(생활문)의 두 배쯤으로 늘어난 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늘였다면 짧은 글과 길게 늘여서 쓴 글 중 어느 쪽이 실감나나 서로 견주어 보자. 아마도 대부분 긴 글이 낫다고 느낄 것이다. 짧았던 일기가 아주 훌륭한 생활문이 된 것이다.

<양진채 소설가>
여러분이 백일장 심사위원이 되어 하루에 백여 편의 산문을 읽는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작품에 좋은 점수를 주겠는가? 우리 심사위원들은 심사위원의 마음을 흔들 진실하고 솔직한 글인가?, 참신하게 주제에 접근하고 있는가?, 어업에 맞게 바른 문장으로 썼는가?, 정성껏 썼는가?를 중요하게 보았다. 수많은 작품 중 심사위원의 눈에 들려면 남과 다른 특별한 시각을 갖고 글을 써야만 한다. 지금부터라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쓰는 노력을 절대 게을리 하지 말라는 부탁을 꼭 하고 싶다. 조금의 재치와 글재주만으로는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좋은 책을 골라 읽고 깊은 생각 속에서 건져 올린 나만의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한다.



 
                  -2013년 새얼문예28호 <나무와 촛불>에서 발췌 정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