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편지
- 여강 최재효
달도 돌아간 새벽
강은 소리 없이 물안개를 풀어내고
하늘은 어둠을 거두어들이는데
푸른 산은 뽀얀 단잠에 깊이 빠져있네
포구에 등불은 깜빡거리고
고깃배 물살 가르며 쓸쓸히 돌아오는데
물새도 보이지 않아
자꾸만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네
추운 여름밤은 길기도 하여
동창同窓 휘장은 밤새 이슬에 젖고
금침衾枕은 우수憂愁에 묻혔어라
임에게 보낼 편지 다 쓰고 나니
눈가에 살며시 물기 번지기 시작하네
문 틈으로 바람 드는지
파초 그림자 창문 가득 흔들리고
파리한 얼굴은 거울 속에서 웃네
서천西天에 임은 더 여위었겠지
주소 없는 붉은 편지
크게 소리 내어 읽고 또 읽은 뒤
소지燒紙하여 바람 편에 띄우니
백설白雪되어 허공에서 맴돌다
저 멀리 사라져 가네
- 창작일 : 2010.8.19. 05:00
소래포구 뜨란채에서
[주] 1. 금침(衾枕) - 이불과 베개
2. 소지(燒紙) - 편지지를 불 태우다
3. 서천 - 본래 아미타불이 계시는 서방정토를
말하는데 본 글에서는 하늘나라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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