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동시서평) 2009. 11. 16. 월
- 박방희 ‘참새의 한자 공부’(푸른책들)을 중심으로 -
생각이라는 씨앗
이 상 교
시가 어린이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갈 방법은 없는 걸까. 오래 전부터 궁리해 온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하여 추구해 나갈 일이다. 대개의 어린이들이 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재미없어서 또는 재미가 덜해서가 아닌가 한다.
시에서 재미가 모두인 것은 물론 아니지만 독자의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므로 재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 얼굴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어린이들의 생활을 다룬 동시가 있는가 하면 자연 풍광, 마음의 움직임 등을 담은 동시 등등 모습은 다양하다. 문제는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인지 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등에 대해 대체로 서정적이게 묘사되어 온 것을 조금 더 색다르게 표현되어진다면 어린 독자들에게 새롭게 읽힐 것이다.
박방희의 동시집<참새의 한자 공부>는 그처럼 새로운 눈으로 본 재미있는 동시가 많이 들어있다.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당성을 앞으로 내세운 재미다.
내일 비가 와서/ 소풍 못 간다는/ 선생님 말씀! /무너지는 소리/아이들 가슴에서/ 와르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와르르 와르르/ 교실이 무너지고/ 학교가 무너졌다.// <‘와르르 와르르’ 전문>
비로 해서 소풍을 가지 못하게 되다니...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인가.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어린이들 하나 마다의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슴이 무너지는 어린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무너지고 만다. 와르르 와르르... 무엇이건 기대했던 일이 기대 밖이고 말았던 경험이 있었던 어린이들은 ‘와르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었던 어린이들은 시에서 공감을 얻는 것은 물론 시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 것이다.
<참새의 한자 공부>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이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으며 이야기 중심에 간단히 지나칠 수 없는 생각이 들어있다.
길바닥에 떨어진/ 하찮은 흙덩이도/ 씨앗을 품으면/ 앉음새가 달라진다./ 땅이 되어 앉는다.// <‘흙’ 전문>
어떤 흙이라도 씨앗을 품 안에 품은 흙덩이는 그때부터 씨앗을 틔워낼 준비를 하게 된다. 흙은 씨앗을 품은 뒤부터 빗물을 머금을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햇살을 도타이 받아 안을 준비를 하게 된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에 이르도록 돕는 어머니처럼 말이다. 어린이로 하여금 무심히 보아온 것들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도록 돕는다.
그런 점은 펼쳐드는 동시 편편마다 깃들어 있다.
우리 이사는/ 맑은 날 하고/ 봉숭아 이사는/ 비 오는 날 한다.// 우리 이사는 /
이삿짐 차로/ 봉숭아 이사는/ 삽으로 한다.// 봉숭아 이사 쉽지?/ 아냐, 뿌리내린 땅과/ 숨 쉬던 하늘까지도/ 떠 와야 하거든.// 어렵겠다고?/ 아냐, 둥글고 넓고 깊게 파/ 한 삽 푸-욱 떠 오면/ 하늘과 땅도 딸려 오거든.// <‘봉숭아 이사’ 전문>
어린 봉숭아 모종을 옮겨심기로 한다. 어떤 모종을 옮겨 심든 모종은 비가 내리는 날 아니면 비가 내린 뒤가 알맞다. 그렇다면 사람의 이사는 어떤가. 맑은 날이라야 이삿짐이 비로 젖고 마는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럼 봉숭아 모종을 옮겨 심는 (이사) 일은 어떤가. 쉬울 것인가, 어려울 것인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둥글고 넓고 깊게 파/ 한 삽 푸 - 욱 떠 오면/ 하늘과 땅도 딸려 오거든.// 사람살이와 봉숭아 살이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자그마한 봉숭아는 사람과 달리 작은 머리 위에 떠있는 하늘까지 떠 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어린 봉숭아 모종이 마음을 푸-욱 놓고 잘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동시집 <참새의 한자 공부> 에는 시이자 이야기이자 생각이라는 씨앗들이 도사려 앉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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