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소 / 초포 황규환
보고 싶은데도
이유가 있나요
그저 지나간 세월에
새겨진 사연이 그리워
보고 싶은 거예요
맑게 웃던 얼굴
기뻐하던 목소리
삐져 애태우던 야속함도
지나고 보니
모두가 그립고 보고 싶소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던 날
그것은
어미가 불어 넣은 혼이었고
얼굴도 모르는 피붙이의 정이었소
아무 것도 모르는 체
깡충깡충 뛰던 어린 넋이
여름밤 반딧불처럼 영롱했던 시절
봉숭아 물 드리던 누나의 빨간 댕기가
오늘도 그리움이 맺혀 다소곳이 펄럭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