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밭/공개글

[스크랩] 삼촌, 편안하신거지요? - 손성란님의 글을 옮겨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길길어멈 2012. 3. 31. 20:35
그렇게 황망하게 삼촌을 보내고나서

숨만이 살아있던 중환자 실에서
마지막 분골이 가라앉던 바다에서
확연하게 마지막을 함께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나질 않네요.

언제나 그랫듯이
천안의 어딘가에, 교로리 바닷가의 어딘가에
혹은 난지도의 횟집 어딘가에서
담배 한대를 물고 하하 웃으며
누군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그 누구보다
큰 재목이 될 수 있었는데
작은 받침목도 될 수 없었던 허약하고 무능한
혈점들이었이에
아쉬움과 황망함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겠지요.

살아서는 그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작게 작게
그래요, 작을 수록, 좁을 수록 좋은
또아리를 틀며 그렇게
살았어야 했는데..
다들 남의 폐병보다
나의 감기가 더 아픈 삶들을
사느라
바쁘고 여유가 없지요, 여유가...

이제 너무 넓은 곳으로 가버리셨네요.
날개를 달아도, 바퀴를 달아도
걸거칠 것이 없는 곳으로

가벼운 몸으로 환하게 날아다니는
분진같은 삼촌을 상상하며
위롤받고자 합니다.

모두 떨쳐버리는 방법이
좀 서럽고 아리고 안타까웠지만
삼촌이 좋으면
우리는 다 좋습니다.
누가 그 가슴을 다아
볼 수 있었을까요?

마지막까지 가장 많은 대화와 나눔을 가졌을
그 중국여인이었을까요?
그녀라도 있어서
조금 덜 섭섭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많은 것들을 모르겠습니다.
어리나 가난하기에 조로해버린
삼촌의 여럿되는 조카들이
이렇게 사이버로
삼촌을 그리며 하나가 됩니다.
삼촌이 그러길 바라시는 건지
얼굴본지 여러해 되는 조카끼리
삼촌때문에 생각해 본적도 없는 이곳 카페에서
커피같은 글 줄 몇개 읽으며
삼촌을 추억합니다.
우리가 벌써 잊었을거라고
허허로운 웃음 웃지는 마십시오.
사는 것에 빨리 익숙해져
울음도 웃음도 많이 잃었지만
아직 삼촌을 품고 기억할 가슴은
남아있답니다.
그 곳에서
꼭 행복하시리라 믿고 싶습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가운데에 서서
세분이 손을 잡고 구름사이를 산책하는 꿈도
꿉니다.
산책 후에
깊고 달콤한 잠도 자면서
고단한 날개를 내려놓으세요.
평화롭게 용서하면서...
그럼, 또 올게요.
출처 : 바다 장례식장 용궁장
글쓴이 : 파아란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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