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밭(펌)/시의늪

[스크랩] 나는

길길어멈 2012. 2. 7. 22:34

 

나는

구경분

 

 

투박한 질화로 속에 천 년을 숨어 살아도 꺼지지 않는 불씨이고 싶다 겨우내 풀섶에 혼자 숨어 딱딱히 굳어진 밤 한 톨을 말랑하게 구워주는 불씨이고 싶다 호호 불어도 꽃내어 이글거리지 않는 주먹만한 감자도 남몰래 말캉하게 익히는 한 줌 따끈한 불씨이고 싶다 있어도 없는 듯 소리내지 않으며 겉으로 활활 불꽃내지 않고도 언 손 살짝 녹여주는 불씨이고 싶다.


출처 : 이쁜 편지지
글쓴이 : daum참나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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