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미워 죽겠습니다/ 김영달
잊지도 못하고
미워하지도 못하는
이 가슴이 미워 죽겠습니다
쓴술만 들이키어 밤으로 낮으로 죽어가는
이 가슴이 미워 죽겠습니다
나는 잊혀져 흔적도 없는데
이 가슴은 못난 사랑을 평생 안으려나 봅니다
당신은 냇물로,강물로 흘러 가는데
못난 가슴은 잊지도 버리지도 못합니다
목구멍에는 당신 이름 석자 걸려있고
온 몸 구석,구석마다 당신이 박혀있으니
못난 가슴은 단세포처럼
당신을 지켜내려 발버둥입니다
이 가슴이 밉습니다
잊어내지도 못하고
다시 사랑하지도 못하고
벌거숭이 고목처럼 밑둥을 들어낸채
서서히 생명을 다하는
이 가슴이 미워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