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雨
- 여강 최재효
고개 하나 넘을 때 마다
소년의 몸뚱이는 뭉턱이로 잘려 나갔다
손발이 모두 잘리고
눈과 귀마저 사라져버린 사내는
정신은 수정고드름 같아
천둥치는 밤이 되면
한 마리 하얀새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간다
새는 길게 피를 토하고
창공을 두어 바퀴 빙빙 돌다
별들이 매달려 있는
하늘의 천정까지 솟아오른다
그와 함께 박아놓은 별을 따서 물고
새는 구름을 뚫고
지상의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으로
별똥별 같이 추락한다
OM MANI PADME HUM
OM MANI PADME HUM
한때, 가장 지독한 욕을 퍼붓던,
지옥보다 더 무서운 저주를 날리던,
새가 된 중년은
이제 모든 것을 놓아 주기로 마음 먹었다
천지개벽이 될 것 같은 광란의 밤
정신 조차 모두 타버린 불새는
용케 그 사람 얼굴을 알고 있나 보다
- 창작일 : 2010.07.17. 01:30
[주] 1. 夢 = 꿈 몽, 雨 - 비 우
2. OM MANI PADME HUM - Om'은 하늘, Ma는
아수라, ni는 인간, Pad는 축생, me는 아귀,
Hum은 '지옥의 문을 닫는다'라는 뜻. 육도윤
회를 끊어 실상에 이르게 하는 주문이다[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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