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아, 천천히 가렴 -밝은 꽃-
아침햇살이 기지개를 펼 때
기지개에 놀란 아침이슬이
또또르 또그르 굴러 내릴 때
걸음은 느리고 마음만 달려가는
삼월의 학교 가는 길
개나리 산수유 참았던 웃음
노랗게 노랗게 터지기 전에
새 학년 새 교실 아이들 설레임
푸르르 싱겁게 가라앉기 전에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 들판처럼
따뜻하고 익숙한 엄마 품처럼
세상에 처음 나온 어린 싹들이
재잘재잘 어깨펴 고 꽃필 수 있게
삼월아, 삼월아, 천천히 가렴
봄볕에 언 손 녹여 달려 오는 아이들
하나씩 품어서 눈 맞춰 인사하게
꼬물꼬물 조막손 조금만 더 커지게
풀잎이 숨을 쉬는 순간만큼이라도
게으른 고양이 하품처럼
나무 타는 늘보 처럼
삼월아, 삼월아, 천천히 가렴.